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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삶의 의미와와 실존

by 정영기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특별한 여행을 떠나볼까 해요. 목적지는 1991년 개봉한 영화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의 세계와 실존주의 철학이 만나는 독특한 교차로예요. 팝콘 한 통과 철학책 한 권을 들고, 영화 속 에블린의 여정을 따라가 볼게요!


출발역: 삶의 대기실에 갇힌 에블린


여러분, 혹시 버스 터미널의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자신의 버스가 언제 올지도 모르고, 어디로 가는 버스인지도 헷갈리는 그런 느낌 가져본 적 있나요? 영화 속 에블린이 딱 그런 상태예요.


40대 가정주부 에블린은 삶의 대기실에 앉아 있는 것 같아요. 그녀는 자신의 체중 문제로 자존감이 낮고, 남편 에드는 TV 스포츠 중계에만 관심이 있죠. 마치 냉장고에서 너무 오래 방치된 토마토처럼, 그녀의 삶은 싱싱함을 잃어가고 있었어요.


"나는 늙었다고 하기엔 너무 젊고, 젊다고 하기엔 너무 늙었어요."


이 대사는 에블린이 자신의 인생 여정표에서 어디쯤 있는지 모르는 혼란스러운 상태를 완벽하게 보여주죠. 실존주의 철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비진정성'이라고 불러요. 마치 다른 사람이 짜놓은 여행 일정을 따라가기만 하는 패키지 여행객처럼,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지 못하는 상태랍니다.


환승역: 니니의 이야기와 휘슬 스탑의 비밀


그런데 인생이란 여행에는 예상치 못한 만남이 있기 마련이죠! 에블린은 요양원에서 80세 니니 스레드굿을 만납니다. 니니가 들려주는 휘슬 스탑 마을 이야기는 에블린에게 새로운 노선표를 건네는 것과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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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스토리 전개가 자연스럽고 재미있어서 에블린이 니니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치유되는 경험을 합니다. 이야기 치유의 사례라고나 할까요? 니니의 이야기는 단순한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에블린의 상처 입은 영혼을 위한 약과 같았어요. 마치 여행지에서 만난 현지인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단순한 관광 정보를 넘어 우리 인생에 깊은 통찰을 주는 것처럼요.


니니의 이야기 속 이지와 루스는 1920-30년대, 여성에게 주어진 '정해진 노선'을 벗어나 자신만의 여정을 만들어간 용감한 여행자들이었죠. 그들은 '휘슬 스탑 카페'라는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들고, 사회적 제약과 편견에 맞서 싸웠어요. 참, 그 카페의 인기 메뉴가 바로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였어요! 덜 익은 초록 토마토를 튀겨 만든 이 요리는 영화의 제목이 되었죠. 마치 아직 완성되지 않은 가능성을 지닌 우리의 삶처럼, 덜 익은 토마토도 독특한 방식으로 요리되면 맛있는 음식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 같아요.


이건 마치 모두가 유명 관광지만 찾아다닐 때, 지도에도 없는 작은 마을의 숨겨진 맛집을 발견한 것 같은 짜릿함이죠! 니니의 이야기는 에블린에게 "정해진 길만 따라갈 필요 없어. 네 여행은 네가 만들어가는 거야"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어요.


차창 밖 풍경: "토완다!" - 자기 결정의 순간들


기차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뭔가요? 저는 창밖으로 펼쳐지는 예상치 못한 풍경들이 가장 좋더라고요. 에블린의 여정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그녀가 "토완다!"를 외치는 순간이에요.


쇼핑몰 주차장에서 두 젊은 여성이 에블린의 주차 공간을 가로채자, 그녀는 용기를 내어 "토완다!"를 외치며 맞섭니다. 이건 마치 항상 양보만 하던 사람이 처음으로 "이 자리는 제 자리예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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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주의에서는 이런 순간을 '선택의 자유'를 행사하는 순간이라고 해요. 우리 인생은 매 순간 작은 기차역들을 지나가는데, 각 역에서 우리는 "내릴까? 계속 갈까? 아니면 다른 노선으로 갈아탈까?"를 선택해야 하죠. 에블린은 드디어 자신의 노선을 바꾸기 시작한 거예요!


사실 '실존'이라는 말(existence)은 어원적으로 '밖에 서다'(exit+stance)의 합성어랍니다. 흥미롭지 않나요? 우리는 다양한 이유 때문에 관습과 법, 전통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살도록 강요받고 있어요.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세워둔 그 테두리를 넘어서 자신만의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바로 실존찾기입니다. 에블린과 루스는 바로 이런 실존찾기의 여정을 보여주는 인물들이에요. 그들은 자신들을 가두는 틀을 벗어나 진정한 자아를 찾아 나섰던 거죠.


동행자들: 에블린, 이지, 루스의 여행 스타일 비교


여행 스타일도 사람마다 다르죠? 계획을 꼼꼼히 세우는 사람, 즉흥적으로 떠나는 사람, 모험을 즐기는 사람, 안전한 코스만 찾는 사람... 에블린과 이지, 루스의 삶의 여행 스타일도 각각 달랐어요.


이지는 과감한 백패커 같았어요. 사회적 규범이라는 가이드북은 무시하고, 자신만의 지도를 그리며 여행했죠. 그녀는 톰보이 같은 성격으로 틀에 박힌 '여성스러움'이란 여행 코스를 거부했어요.


루스는 처음엔 패키지 투어 같은 결혼 생활을 했지만, 폭력적인 남편 프랭크라는 '투어 가이드'를 떠나 자신의 여정을 선택했어요. 그녀는 안전한 코스를 벗어나 불확실하지만 자유로운 여행을 선택한 거죠.


반면 초기의 에블린은 남편과 사회가 짜놓은 관광 코스만 따라다니는 수동적인 여행자였어요. 하지만 니니의 이야기를 듣고 점차 자신만의 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했죠!


목적지에 도착: 에블린의 변화와 깨달음


모든 여행의 끝에는 우리가 출발했을 때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는 사실, 공감하시나요? 에블린의 여정도 마찬가지였어요.


니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에블린은 마치 오래된 여행 일기장을 읽는 것처럼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점차 자신의 삶에 작은 변화들을 시도하죠. 남편에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여성 강좌를 그만두고,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기 시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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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항상 가던 체인 레스토랑 대신 작은 로컬 맛집을 발견하는 기쁨처럼, 에블린은 자신의 삶에서 새로운 맛과 색을 발견하기 시작했어요. 그녀는 더 이상 다른 사람의 기대라는 '여행 가이드북'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만의 여정을 만들어가게 됩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니니가 사실은 이지였다는 반전은, 마치 여행 끝에 만난 낯선 사람이 사실은 오래전 자신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이었다는 깨달음 같아요. 에블린은 이지의 용기와 자유를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한 거죠.


여행 후기: 실존주의와 영화의 만남


이 영화는 실존주의 철학의 핵심 개념들을 마치 맛있는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처럼 친근하게 요리해서 보여줘요. 사르트르가 말한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어려운 개념도, 에블린의 여정을 통해 보면 훨씬 이해하기 쉬워지죠.


우리의 삶은 미리 정해진 메뉴가 아니라, 우리가 직접 요리해 나가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영화 전체에 녹아있어요. 마치 여행지에서 우연히 맛본 음식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기도 하는 것처럼, 에블린은 니니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삶의 레시피를 새롭게 쓰기 시작했죠.


영화는 "네가 지금 어디 있든, 언제든 다른 방향으로 여행을 시작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에블린처럼 우리도 삶의 대기실에 멈춰 있지 않고, 용기 내어 새로운 노선을 선택할 수 있답니다.


다음 여행을 계획하며: 당신의 '토완다' 순간은?


여러분, 혹시 자신만의 '토완다' 순간이 있나요? 다른 사람의 기대가 아닌,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향해 용기를 낸 경험 말이에요. 아니면 지금 자신의 삶이 누군가의 여행 계획을 따라가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오늘 저녁, 잠들기 전에 작은 실험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종이 한 장을 꺼내서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의 여정은 어떤 모습일까?"라고 써보세요. 그리고 그 아래 자유롭게 그려보세요. 지도일 수도, 단어들일 수도, 그림일 수도 있어요.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의 기대가 아닌, 진정으로 '나'가 원하는 것을 떠올려보는 거예요.


그리고 내일, 그 여정을 향한 아주 작은 한 걸음을 떼어보는 건 어떨까요? 에블린처럼 말이죠. 아마도 여러분의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께 묻고 싶어요. 여러분의 삶에서 아직 튀겨보지 않은 '그린 토마토'는 무엇인가요? 용기를 내어 한번 맛보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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