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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킴 Apr 09. 2023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

슈퍼마켓에서 찾은 마케터의 사명

약 25년이 넘게  한 자리를 지키던 우리 동네 처음이자 마지막 슈퍼마켓이 폐업을 선언했다. 어렴풋이 기억해 봐도 98년 월드컵 멕시코전 하프타임에 아버지의 심부름을 다녀온 기억이 나니 최소 25년은 넘은 곳이다. 뜨거운 여름 방과 후 과일 맛 슬러시로 나를 행복하게 해 줬고, 한 때는 포켓몬빵의 띠부띠부씰을 확인하기 위해 잔뜩 부서진 빵으로 가득하기도 했던 추억의 슈퍼마켓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오랜 시간 함께한 동네 슈퍼마켓의 폐업 선언


대형 마켓들과 할인으로 가득한 편의점들 사이에서 슈퍼마켓이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심지어 이제는 우유조차도 지금 주문해도 내일 현관 앞에 갖다 주니 슈퍼마켓의 경쟁력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이제 다음 세대의 기억 속에 슈퍼마켓은 세트장 콘셉트의 팝업스토어에나 가야 만날 수 있는 추억이자 레트로가 되어 버릴 것 같다.   

교직에 있을 때도, 마케터의 커리어를 쌓고 있는 지금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은 고객(학생)의 니즈는 빠르게 변화하고 세상은 더 빨리 변한다는 것이다. 가끔은, 너무 빨리 변하는 트렌드와 문법에 부담을 느낄 때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두려운 생각은 ‘나는 예전 세대’라고 인정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찾아왔다. 그리고, 그 부담을 떨쳐내기 위해 쉴 새 없이 요즘 트렌드를 따라가려고 노력하고 있는 마케터로서의 나를 발견했다.


간혹, 기업들의 상품 흥망성쇠를 보고 있노라면 ‘변화’와 ‘아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변화하는 세상에 편승하지 못하거나 운이 안 좋게도 시기를 잘 못 읽었거나, 혹은 자부심으로 무장한 아집으로 시장에서 사라지는 모습은 우리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다. 


변화를 이끌고 세계 시장을 선도한 애플과 테슬라, 그리고 그 그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코닥, 노키아, 아이리버 등등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진 모든 추억의 물건들이 그 안에 함께 묻혀버렸다.. 기술적인 자부심은 장인정신과 전통이라는 아름다운 말로 포장되지만, 새롭고 편리하고 디자인까지 훌륭한 모든 트렌디한 시장을 이길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변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트렌드는 변하고 그에 따라 당신의 기업이 싸워야 할 시장도 변한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시장경쟁력은 더 멀리 도망간다.


영화 내부자들의 한 장면
추억은 가슴에 묻고, 지나간 버스는 미련을 버려
영화 '내부자들' 中


추억 가득한 슈퍼마켓의 폐업에서, 시장의 변화를 몸소 체험하게 된 오늘이다. 

그동안 많은 추억을 안겨줘서 고마웠어요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슈퍼! Good 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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