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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킴 May 01. 2023

브랜딩, 내 한 마디의 중요성

브랜드를 높이는 배려의 마케팅


교직을 내려놓고 마케터로 성장하면서 제가 이용하는 모든 서비스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전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이제는 관심 수준을 넘어서 배움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이죠. 제가 방문하는 모든 음식점과 각종 매장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한 마디 그 안에서 해당 브랜드의 가치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정말 단순하고 간단하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쉽게 만나볼 수 없는 배려의 워딩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로딩중

메타버스 김프로의 스테디작 '샤넬이 보여준 스토리텔링의 정석'

제 지난 글 중 ‘샤넬이 보여준 스토리텔링의 정석’이 아직도 많은 분들에게 공유되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샤넬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그날 스토리텔링에 대한 아이디어만 얻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또 다른 것은 바로 팝업스토어의 매니저들이 열심히 외워서 기계처럼 사용했을 고객 응대 매뉴얼이었죠. 샤넬 팝업 스토어는 매장을 퇴장하는 모든 고객들의 고객 정보를 받고 굿즈를 나누어주고 있었습니다. 고객 정보를 받는 과정에서의 짧은 설문조사와 이메일 입력은 고객들에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죠. 또한, 모든 고객이 쓰는 통신 요금제가 다르기에 고객에 따라 조금의 지연은 발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은 고객정보 수집을 위한 모든 팝업스토어 이벤트에서도 겪을 수 있는 상황이죠. 이 상황에 훤칠하고 잘생긴 샤넬의 팝업스토어 매니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잠시 로딩이 있을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최대 10초 정도만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에이~ 뭐야 겨우 저 두 마디 가지고 이런 글을 쓴다고? 별거 아닌데? 싶으신가요? 네, 정말 별거 아니죠? 그런데, 우리가 수많은 매장을 방문해 비슷한 상황을 겪어도 저 쉬운 한 두 마디를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별거 아닌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제가 그 순간 느낀 것은 딱 두 가지입니다. ‘나를 배려해 주는구나’그리고 ‘고객이 다른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구나’였습니다. “회원가입 완료해 주시면 굿즈 드립니다”하고 마냥 기다리는 경우에 고객들은 자신이 굿즈를 받으려고 이 브랜드의 요구에 맞춰주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샤넬 팝업스토어와 같은 배려의 워딩을 들었을 때는 이 브랜드가 나를 고객으로 생각하고 있구나 하는 감정이 들게 됩니다. 정말 별거 아닌 한마디에서 브랜드의 이미지가 달라질 수 있죠. 물론, 샤넬이 본래 가진 브랜드 이미지와 함께 해당 직원의 외모, 톤, 분위기와 자세까지 한몫했겠지만요. 그렇다 하더라도,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굳이 굳이 하는 데에는 고도의 세일즈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문전박대


이번에는 반대의 경우입니다. 하루는 직장 동료들과 인기 많은 떡볶이 프랜차이즈 매장에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회사원들의 점심시간만큼 어려운 토론이 난무하는 시간도 없죠. 그날도 여지없었고 오랜 토론 끝에 유명 떡볶이 매장을 방문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매장 입구로 들어서는 우리에게 바쁜 사장님은 딱 한마디를 전했습니다.


“ 밖에서 기다리세요.”


정말 말 그대로 뻘쭘했습니다. 자리가 없으니 밖에서 대기하라는 말씀이었죠. 물론 ‘사장님도 사람인데, 바쁘면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했지만 브랜드 관점에서 봤을 때는 오랫동안 견고하게 쌓아둔 브랜드의 이미지에 맞지 않는 안타까운 응대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현재 만석이라서요, 앞에서 잠시 대기해 주시면 안내드리겠습니다.”이 한마디가 어렵다면, 바쁜 점심시간에는 입구 앞에 정중한 안내판과 대기 노트만 마련해 놓아도 굳이 하기 싫은 한 마디를 뱉을 필요도 없습니다. 정말 단순하지만 누구에겐 너무도 어려운 센스의 영역이죠. 

배려의 마케팅 워딩은 단순하지만, 누구에겐 참으로 어려운 센스의 영역이다




디테일

남자에게는 짧은 주기로 찾아오는 정말 귀찮은 일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미용실 방문이죠. 오랫동안 함께해 온 헤어 디자이너가 그만둔다면, 새로운 귀찮음이 시작됩니다. 잘 맞는 헤어 디자이너를 찾는 일이죠. 제가 최근에 딱 그랬습니다. 오랜 시간을 가성비 미용실에 다니다가, 이제 나도 돈을 써보자! 하고 유명 헤어숍을 방문했습니다. 수많은 배려의 서비스가 있었지만 순간적으로 감명을 받은 한 마디는 머리를 감겨준 이후에 제 눈을 덮고 있던 천을 거둬줄 때의 직원의 한마디였습니다.


“잠시 눈이 부실 수 있습니다.”


누..눈 부셔..


정말 단순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다는 증거가 되는 한 마디였습니다. 고객이 눈을 떴을 때 천장에 달린 밝은 조명에 당황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고려한 간단하고도 어려운 한 마디였습니다. 

과도한 친절과 배려는 오히려 고객에게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지만 샤넬과 미용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내 입장에서 이 브랜드가 고민을 해봤다는 것은 고객에게 이 브랜드의 이미지를 뇌리에 강하게 박을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 될 것입니다. 지독한 '디테일'과 '배려'의 영역이죠.




마케팅을 하다 보면 글, 영상, 광고, 브랜딩 등 엄청나게 많은 영역에 수많은 한 마디가 쓰입니다. 그러한 단어 하나의 센스에 대한 영역은, 짧은 시간 공부한다고 해서 체득되는 것이 아니기에 브랜딩을 잘하고 싶다면 내 일상의 모든 서비스에 대한 호기심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단순하고 너무나도 쉽지만 누구에게는 너무나도 어려운 것이 바로 배려이기 때문이죠. 그러니, 끊임없이 탐구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마케터의 숙명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장황한 제 글에 고객님의 소중한 3분을 투자해 주심에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메타버스 김프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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