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와 시간, ‘공간’을 나누는 또 다른 경계
지난 주말 대한민국의 잘 나가는 크리에이터라면 모를 수가 없는 공간인 한남동 MOTHER(한남동 744-5)를 상무님과 함께 방문했습니다. Kate(@kate.farm)님이 협력사로 참여한 ‘25/signal minus noise’ 전시에 영광스럽게도 프라이빗 게스트로 초대되었기 때문이죠. 사실 저는, 많은 전시를 다니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크리에이티브’가 담긴 공간은 언제나 마케터에게 큰 영감을 주기에 사람이 몰리는 공간을 찾아다니는 것을 즐기는 편입니다. 이번 전시도 공간과 크리에이티브의 매력에 듬뿍 빠지고 왔죠.
신작이자 전시 제목이기도 한 <25>는
“전기신호처리 과정에서 신호와 노이즈가
구별되는 기준의 단위 25dB에서 비롯한다.”
전시 공간은 크게 하얀 석고로 뒤덮인 커다란 스피커 구조물 3개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얼핏 보면 스피커인지 알 수 없지만, 가까이 가서 바라보면 내부에 스피커가 일정한 사운드와 노이즈를 발생시키고 있었죠. 이 날의 전시는 작가님들과의 프라이빗한 1대 1 도슨트와 함께 즐길 수 있었습니다. 사실 도슨트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한 정도의 1대 1 작품 레슨에 가까웠죠.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더라도, 사운드와 노이즈에 의해 수많은 공간으로 나뉜다’
여러분은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시끄러운 칵테일 바에 있어도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일 수 있어서 마치 둘 만의 세상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을요. 이 것을 우리는 ‘칵테일파티 효과(Cocktail party effect)’라고 합니다. 칵테일파티 효과는 주의와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현상을 바라봤지만, 이번 전시는 저에게 사운드가 새로운 ‘공간’의 경계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의미를 안겨주었습니다.
현실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공간인 메타버스의 의미에 대해 설파하고 있는 저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물리적인 한계에서 벗어나 크리에이티브가 듬뿍 담긴 완전히 새로운 공간에 대한 정의였죠.
‘우리가 상상조차 없는 시간, 그리고 공간’
전시장 벽 한켠에는 전체 전시와 같은 구도인 삼각형의 돌멩이로 만들어진 작품 10개가 나란히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사운드와 노이즈가 이루어내는 각각의 파형과 함께 공간에서 실제 사운드를 듣고 있으면 작품의 파형이 움직이는 듯하기도 했죠. 혼자 전시를 즐기다가 이후에 작가님과 1대 1 작품 설명을 들었을 때는 중간중간 약간의 감동이 밀려올 정도로 그 안에 담긴 의미가 상당했습니다(전시를 많이 즐기지 못해 표현이 다소 초보스러운 점 양해 바랍니다^^).
해당 작품의 의문의 돌멩이(?)는 무려 1500년대 아르헨티나에 떨어진 실제 운석의 조각이었습니다. 자성을 띄고 있기에 철판에 자성으로 붙어있는 작품이었죠. 이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 작가님은 운석 조각에 대해 “우리가 상상 조차 할 수 없는 시간, 그리고 얼마나 먼 우주에서 어떤 공간을 떠돌다가 온 줄도 상상할 수 없는”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의미를 담고 있는 어느 한 오브제에 담긴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깊고 넓은 메시지를 줄 수 있는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죠. 그 표현을 들으며, 작품을 바라봤을 때는 처음의 차갑고 작은 돌멩이 조각이 아닌 광활한 우주를 떠돌던 억겁의 시간을 지닌 존재처럼 느껴지기 까지 했습니다.
손톱만 한 운석 조각에도 깊은 스토리텔링이 담기고 그 스토리텔링 안에서 새로운 공간을 상당할 수 있다는 것은 보통의 크리에이티브로는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마케터에게 크리에이티브와 공간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인 역량입니다. 그런데, 크리에이티브와 공간이 만났을 때는 더욱 큰 의미를 전달할 수 있죠. 현실에서 1차원적으로 느끼던 ‘공간’의 의미를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바꾸어 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25: Signal Minus Noise>는 메타버스 마케터에게는 엄청난 영감을 안겨줬습니다. 물리적인 ‘공간’에 대한 편견과 한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끊임없는 고민과 공부를 통해 메타버스 공간의 혁신을 만들어내 보도록 하겠습니다.
메타버스 김프로였습니다.
환산할 수 없는 영감과 배움을 주신 Kate Lee(@kate.farm) / GRAYCODE, jiiiiin 조태복, 정진희 작가님(graycode.jiiiin) / 이태현 작가님(@tae.___________) / DHL 이덕형 작가님(madeindhl) 감사드립니다.
헤드이미지 출처: 네이버 블로그 'holed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