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여행 Ep.5] 토이카메라의 추억
결혼 전 사진을 꽤 많이 찍으러 다녔었다.
거창한 예술 작품을 찍는다는 것보다는 내가 보는 아름다운 것들을 예쁘게 담아두고 싶었다.
같은 풍경일지라도,
시간과 보는 시각, 그날의 날씨와 햇빛 등이 다르기 때문에 최대한 그 때의 모습을 아름답게 담고 싶었다. 아무튼, 여행을 다니며 많은 사진을 찍었고,
원하는 느낌이 나오기까지 포토샵이라는 프로그램으로 부족한 사진 실력을 보정했었다.
물론, 나는 프로가 아닌 단순 취미를 즐기는 자였기 때문에 포토샵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부족함은 늘 존재했다.
그렇다고 프로처럼 프로그램을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싶은 맘은 크지 않았던 것 같다.
뭐든 적당히 즐길 수 있을 정도로만.
육아와 일로 바쁘다 보니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한 사진들이 꽤 많은데 잊고 살아왔다.
다시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는 요즘,
예전보다 더 편하고 기능이 좋아진 라이트룸으로 예전 사진들을 보고 있는데,
토이카메라 ‘Eximus’로 찍은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렴하지만, 네 귀퉁이 비네팅과 뚜렷하지 않은 선예도, 필름의 굵은 입자들이 주는 묘한 분위기.
그때에도 좋아했지만, 지금 보니 여전히 좋다.
같은 풍경을 찍어도 아날로그가 주는 따뜻한 감성이 남아있는 것 같다.
디지털카메라가 나왔을 때 많은 이들은 아날로그 카메라 시장은 죽을 거라고 했지만,
여전히 꿋꿋하게 살아남는 이유는 아날로그의 감성 때문이리라.
사진 한 장 한 장 보니 옛 추억도 떠오르고,
한참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은 감성이 느껴져 기분도 좋아지면서,
토이카메라에 대한 지름신이 다시 내리는 듯하다.
필름 인화하는 곳이 많으면 다시 찍어보고 싶긴 한데,
인화를 어디에 맡겨야 하나 찾아보면 집 근처는 없고.
저 때만 해도 이마트 내에 있는 사진관에서 디지털 인화를 해줬었는데, 지금은 찾기가 참 어렵다.
택배로 보내고 받는 번거로움이 있긴 하지만, 필름만의 매력이 있어 자꾸만 옛날 사진을 뒤적이게 된다.
다시 질러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