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에서의 불가능의 삼각정리
금융에서는 저 세 가지 요소를 동시에 만족할 수는 없다고 한다. 이를 불가능의 삼각정리라고 부른단다.
재미있는 것은 창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보통 처음 창업을 시작해서는 이렇게 생각한다. '최고의 품질과 최고의 서비스를 가진 상품을 저렴하게 고객에게 제공하겠다.'
삼각형의 세 가지 꼭지점에 최고의 품질, 최고의 서비스, 그리고 저렴한 가격을 놓고 본다면, 창업에서도 금융과 마찬가지로 저 세 가지를 동시에 달성할 수는 없다.
저 세 가지를 동시에 달성하려고 한다면 망한다.
물론 입으로는 달성할 수 있다. 흔한 광고 카피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 상품의 최고의 품질과 최고의 서비스를 가진 상품을 아주 저렴하게 고객에게 제공합니다!' 이런 것 말고,
정말로 공급자 입장에서 최고의 품질과 최고의 서비스를 가진 상품을 저렴하게 고객에게 제공할 수는 없다.
애초에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 저렴이라는 말이 짝이 될 수가 없다. 이렇게 되려면 마진을 극도로 낮추거나, 손해를 보는 선택지를 골라야 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세 가지 꼭지점이 모두 만족되기를 바라겠지만 말이다.
데스레이스의 1기 가격은 월에 10만원 씩 세 번, 총 30만원이었다.
데스레이스는 매일 피드백이 가며, 고객을 100일간 밀착 관리한다. 그러면서 1기 기준으로 고객이 내는 돈은 하루에 3천원 꼴이다.
물론 내가 원해서 저런 가격을 책정한 것은 아니었다. 정말로 습관으로 창업을 할 수 있는지 대외적으로 증명할 예시가 필요했고, 그래서 저런 말도안되는 가격에 서비스를 내놓았다.
그런 상황적인 면과 더불어서, 솔직히 마음 한구석에는 저 세가지 요소를 동시에 만족시키고자 하는 바람이 있었다. 고객이 행복해하면 기쁘니까.
그러나 레이스 중반이 넘어가고 후반에 접어들수록, 이게 하나의 사례를 만드는 과정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공급하는 나 자신이 손해를 보는 느낌이었다. '이 가격에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다니. 말도 안 돼.'
라는 생각이 내 안에서 점점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서비스를 제공하면 제공할수록 손해보는 그 느낌을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래서 2기부터는 가격을 조금 덜 배려하기로 했다.
내가 먼저 살아남아야 고객도 챙길 수 있는 것이지, 내가 허덕이면서 돈이 없는 상황에 저 세가지 꼭지점을 만족시키려고 애쓰는 것은 소용이 없다.
사업 초기에 예시가 없고, 사업을 준비하는 단계라면 부득이하게 세 가지 요소를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경우가 있다. 내 사업에 대한 신뢰도, 돈을 받아 본 경험도 없을 때 이 선택지를 골라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내가 뭘 팔아서 돈을 받아 본다는 경험이 아예 없는 사람과, 뭔가를 팔아서 돈을 벌어본 사람과의 시각차이는 정말 크기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돈을 받는 것이 좋을 때가 있다.
그렇지만 사업에서 사례가 생기고, 외부에 자신의 사업이 가치가 증명되었는데도 최고의 품질, 최고의 서비스, 저렴한 가격을 고수하는 것은 어리석다. 처음에 세 가지 꼭지점을 만족시키는 선택을 해야 하지만,
그것은 악수라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두어야 한다. 그것이 악수임을 기억하지 않고, 그대로 사업을 밀고 나간다면, 세 가지를 전부 고수할수록 공급자는 손해를 볼 것이다.
최상의 서비스, 최상의 상품, 저렴한 가격을 동시에 만족하며 밸런스를 잡아가는 듯 하다가,
공급자 스스로가 공급에 대한 의지를 잃거나, 고객이 늘어날수록 늘어나는 업무량과 비용이 수익을 압도해,
결국 사업이 망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