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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룻강아지 Aug 18. 2019

브랜딩에 대한 공통점

왜, 철학, 대의

요새 내가 브랜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보면 회사생활이 능력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 확실히 있다.

이 회사는 토익시험에 관한 강의와 책을 파는 회사다. 다른 시험들도 많이 손대고 있지만 내가 맡고 있는 부분은 토익이다.

그런데 토익시장에는 이미 1등인 브랜드가 있다. 역사도 우리 회사보다 훨씬 오래되었다.

시장점유율도 높고, 사람들이 1등인 회사는 아는데 우리회사는 모르는 경우도 많다.

아직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처음에 내 머리에 떠오른 의문은 이거였다.

'그러면 왜 1등인 회사로 안 가고 우리 상품을 사는 사람이 있을까?'

'그 고객들은 우리의 뭐가 좋아서 상품을 사는 걸까?'


고객이 상품을 사려면 무슨 이유건 있어야겠는데, 왜 사는지를 잘 모르겠었다.

그래서 우리 상품을 왜 사느냐고 회사의 다른 분들에게 물어봤다. 돌아오는 대답은 '가격'이었다.


가격으로 경쟁하지 말라는 것은 내가 맨 처음에 사업을 버플에서 배울 때 들었던 말이다.

그리고 일을 시작하고 여러 마케팅 서적들을 읽으면서, 가격으로 경쟁하지 말라는 말이 여러 곳에 나오는 것을 보게 되었다. 기업정보에 보니 브랜드 1등인 회사보다 우리 회사가 이익률이 더 낮았다.

가격으로 경쟁하고, 뭔가를 더 퍼줘도 그건 브랜드 1등인 회사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거였다.

그럼 우리 회사가 시장점유율을 늘리려면 뭘 해야 할까? 라는 데서 요즘의 브랜드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 답은 찾고 있는데, 우리 회사는 브랜드를 시작할 때 방향을 조금 잘못 잡은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고 있다.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이유는 차별화되는 포인트가 분명히 있었음에도 그걸 계속 밀고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슨 사정이 있다고 하는데 어쨌든 그 차별화되는 포인트는 우리 회사가 토익시장에 진출한 '왜' 였을 텐데 그걸 스스로 지워버렸으니 지금같은 가격경쟁, 퍼주기 경쟁밖에 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것 같다.


여러 마케팅 책들은 '기능', '스펙', '가격경쟁' 으로는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 수 없다고 지적한다.

과연 그렇다. 이미 토익/어학 자격증 시장은 솔직히 회사들 로고 떼고 보면 거기서 거기다. 그리고 내가 장사를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저 사람도 습관 코칭을 하고 요 사람도 습관 코칭을 하는데, 그럼 내가 저 사람들이랑 다른 게 뭔가? 심지어 저 사람들이 경력이 더 오래되고 전문성이 있는데, 고객이 왜 나를 선택해야 하지? 라는 고민을 했었다. 그때도 브랜딩 고민을 했던 거지.


그땐 브랜딩이 그냥 로고 잘 만드는 건줄 알았다. 포장 예쁘게 하고. 사이트 예쁘게 만들고.

물론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요즘 공부를 해보니 공통되는 사항이 발견됐다.

<마케팅이다>에서는, '당신에게 애정을 보이는 것은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사람들은 그들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한다.' 라고 말한다.

<팔다에서 팔리다로>에서는 '브랜딩은 기업이나 사업의 목적, 대의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나는 이 일을 왜 하는가> 에서는 '왜' 를 찾는 것' 이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하며,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에서도 '사업의 철학' 을 강조했다.


내 눈에는 결국 다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왜'='사업의 철학'=기업의 '대의'

내겐 브랜딩은 거기서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사람들이 내게 애정을 보이는 것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라는 것은, 나의 '왜'와 그들의 '왜' 가 맞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나를 선택하는 것이 그들의 '왜'를 타인에게 드러내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번 주에는 <슈퍼팬덤>을 읽었는데, 책이 너무 읽기 어렵게 쓰여 있긴 했지만 몇가지 문장을 건졌다.

'전통적인 광고의 효율성은 떨어졌고, 사람들은 브랜드의 맥락에 의해 구입을 결정한다.'

'우리(킥스타터)는 항상 개발자들에게 그들이 누구이며 왜 그걸 만들고 왜 그게 중요한지에 대한 스토리를 이야기하게 한다.'

'모든 팬 대상(공급자)은 정체성을 구축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에게 흥미를 유발해야 한다.'

'팬 대상의 힘은 개인적 사연, 뛰어난 재능, 사람들에게 미치려는 감화력에 기인한다.'


사람들에게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은 좋고 멋진 디자인, 잘 만들어진 상품 또한 분명하다. 거기까지만 잘 해도 팔리는 상품이 있을 것이다. 그런 상품 개발은 나도 배우고 싶은 부분이고 배워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킥스타터 운영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왜' 그 상품이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가장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인 것 같다. '팬 대상의 힘은...' 이 문장에서 개인적 사연이 가장 앞에 나온 것은 이유가 있지 않을까?

개인적 사연=과거로부터 '왜' 가 나오고, 그게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며, 팬이 되도록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더 나아가서, 공급자가 정체성을 구축하도록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 아닐까?


물론 이것만으로 브랜딩을 완성할 수는 없다.

디자인적인 부분에서 '보이는 모든 것을 기업에 이상적인 상태로 컨트롤'(미즈노 마나부)해야 하며,

그 밖에도 신경쓸 부분이 많을 것이다.


어쩌면 회사를 운영하는 큰 줄기는 단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왜'를 알고, 거기서 뻗어나가면 되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을 할 때, 이게 잘 하는 결정인지는 그 '왜'에 비춰보면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의를 명확히 하게 되면 거기 연결되어 기업의 활동 폭도 정해진다'(미즈노 마나부)라고 하니까.


우리 회사는 왜 토익시장에 진입했는가?

그게 애초에 우리 회사가 세워질 때의 '왜' 와 부합하는 결정이었는가?

그렇다면 그걸 밖으로 더 어떻게 드러낼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마케팅 채널에 그걸 녹여낼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건 모르겠다. 그냥 이런 걸 생각하는게 즐거우니까. 공통된 패턴이 찾아지는게 즐거우니까 하는 거지.

이젠 나의 '왜'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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