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답노트
"월 천을 못 벌면 뭔가 심각하게 문제가 있는 거예요."
자청님의 클래스에서 자청님이 했던 말이다.
에...뭐 올해 월 천을 못 벌었으니 제게는 심각한 문제가 있나보군요!
흥칫뿡! 이러고 넘어갈 수도 있는 말인데, 이걸 '오답노트' 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보았다.
이걸 생각하게 된 건 아직도 붙들고 있는 노래를 하다가 선생님이,
'녹음해서 듣고 연습하는 데 그치지 말고 노트를 써서 자꾸 틀리는 부분을 기록하고
밸런스를 잡으려고 해야 된다'
고 했던 것에서 기인했다.
노래 몰라도 글 읽는 데 아무 지장없게 설명해보면,
발성이란 대략 여섯가지 정도의 요소가 '조화되어야' 된다.
조화된다는 건 동시에 충족되어야 된다는 거다.
A가 되는데 B가 안 되고, A B가 되는데 C가 안 되고 이러면 원하는 소리가 안 남.
이건 마치 요리와 같다.
찌개를 끓이려면 물을 잘 잡고 건더기를 잘 넣고 육수를 잘 우리고 간을 잘 맞춰야 된다.
물은 잘 잡았는데 간이 안 맞으면 맛이 없고, 다 됐는데 육수가 잘 안 우러났으면 감칠맛이 없고.
그래서 다 아다리가 맞아야 찌개가 맛있어! 라는 평가를 받는 거지.
고음도 '정말 멋있게' 찍으려면 그 요소들이 조화되어야 나는 건데,
노래 오답노트를 만들기 전에는 그냥 녹음한 걸 열심히 들으면서 연습했다.
그래서 여섯가지의 요소를 동시에 충족하기가 어려웠으나
(정말 음, 난 안 되는군. 이제 접을까? 까지 갔다),
이번에 오답노트를 만들어보니
내가 틀리는 데서 계속 틀린다는 걸 알았다.
자청님이 말한 것처럼 '뭔가 문제가 있어서' 안 되고 있었던 거다.
'재능이 없어서' '안 되는 놈이라' 가 아니라.
엑...그럼 그 문제를 어떻게 알죠! 그건 잘하는 사람한테 물어봐야 되는 것 같다.
지능이 높거나 뭐든 잘 하는 사람이면 척척 잘 하는데...
옆에서 지도해주는 선생님이 없으면 나같은 둔재는 평생 제자리임ㅠㅠ
그럼 사업도 똑같은 거 아닐까.
사업도 요소들이 있고, 그것들을 잘 충족하면 되는 거 아니냐.
나는 왜 마케팅 오답노트를 만들 생각을 못했지.
정작 학교다닐때는 오답만 계속 팠으면서.
올해 8개월간 했던 프로젝트가 그래도 20개정도 되는 것 같은데.
그것들 중 뭔가 제대로 빵 터진 게 하나도 없다면
분명히 내게는 지금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틀린 데를 계속 틀리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안 되는 것일 수도 있어.
한번 사업도 오답노트를 만들어보자.
해보니까 글로 써보는 건 확실히 다르다.
분명히 뭔가가 빠져있을 수 있다.
얼마전에 많은 사람들이 얘기해준 카피라이팅도 그렇고.
오답을 잘 고쳐서...내년엔 꼭 순수입 월천을 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