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활동을 20년동안 할 것이라고 다짐하는 것
세계적인 재능은 타고난다. 그렇지만 한 분야에서 행복해질만큼 탁월하기 위해서는
그 분야 상위 10% 안에만 들어가면 된다. 그리고 그건 노력으로 된다.
하지만 그 상위 10%에도 일평생 한번도 들지 못하고 죽는 사람도 매우 많다.
내가 뭔가를 잘하고 싶다면, 어떻게 탁월해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 탁월함의 열쇠는 재능이나 노력이 아니다.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이 활동에 참여하기로 결심하는가' 다.
요 근래 두세달 동안, 나는 나를 타고 남은 재 같다고 생각했다.
뭔가 타오를만한 거리가 하나도 없는,
캠프파이어가 끝난 뒤의 잿더미.
나 스스로 놀라운 것은, 타고 남은 재 같다고 스스로를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
커리어 하이를 찍은 직후였다는 거다.
주종목인 마케팅에서 10억의 매출을 내고, 페이스북 광고로만 3억 4천을 팔았다.
이건 이전에 내가 해보지 못했던 퍼포먼스였다.
하지만 그런 퍼포먼스를 냈어도, 좋은 건 나와 계약한 업체였지 내가 아니었으며,
쩌는 퍼포먼스를 내면 좀 더 잘 살게 될 줄 알았던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자 타고 남은 재가 된 거다.
그리고 나는 마케팅을 떠나서, 다른 분야인 투자를 기웃거렸다.
부자가 되고는 싶은데, 마케팅은 질렸으니 다른 걸 선택한거다.
일반인들은 모르는 트레이딩 거래 시스템을 몇백을 주고 배워 와서 적용해볼 때,
처음에 좋은 실적을 거의 한달 동안 냈다.
신난 나는 이제 사람을 만날 필요도 없고
사업에 골머리 썩을 필요도 없이 이걸로 부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초반의 반짝 성공은 운 덕분이었으며 나는 거래 시스템을 적용하기까지
마케팅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것을 알아버렸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잠을 못 자게 되었다.
여태까지 왔던 길로는 내가 뭘 잘못했기에 2년간 나아진 게 없는건지 모르겠다고 느꼈다.
새로 잡은 길은 여태까지 왔던 길만큼 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러면 대체 뭘 어떻게 해야 된단 말인가. 도저히 낙관적인 미래를 그릴 수가 없었다.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시작할 땐 나랑 비슷했는데.
사람이 탁월함으로 가는 길이 있다면, 그 길을 세상에서 나 빼고 다 알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냥 단순히 운이 좋았다' 는 대답을 나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나는 참담한 심정으로 내가 타고 남은 잿더미를 뒤지면서 뭐라도 건질 게 없는지 뒤적거렸다.
그리고 내가 인생에서 항상 잘 했던 것들 중 하나인데,
남의 실패들이 잘 정리되어 있는 잿더미도 뒤졌다. 바로 책 말이다.
그 때 본 책이 '초격차' 와 '더 시스템' 이다.
그 두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왜 주변인들과 내가 이렇게까지 격차가 나게 되었는지 알아냈다.
첫째로, 나는 미래를 능동적으로 조직하지 않았다.
나쁜 리더는 현상 유지만 하고, 미래를 대비한 시스템을 만들거나 혁신하지 않는다.
나는 돌아오는 일을 쳐내느라 급급했으며, 미래에 어떻게 성장하겠다는 목표가 없었다.
자그마치 근 2년 동안 말이다. 어떻게든 살아남으면서도, 동시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혁신을 시도해야 했다.
하지만 난 살아남는 데 깔려버렸다. 그 결과 지금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도
살아남기도 급급한 상태가 됐다.
둘째로, 나는 시스템적 사고를 하지 않고 목표 지향적인 사고를 했다.
이 둘의 차이는 이렇다.
목표적 사고는 '20kg 빼기' 이고, 시스템적 사고는 '건강한 식습관 갖기' 이다.
목표는 단기적이며, 시스템적 사고는 장기적이다.
보통 사람들은 투자를 배울 때, 한탕 챙겨서 시장을 떠나고 싶어한다. 이건 목표적 사고방식이다.
나는 그게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혀를 차면서도, 사업에서 내가 그러고 있다는 건 알아차리지 못했다.
투자를 배울 때, 이런 말을 들었다.
'앞으로 20년간 투자를 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십시오.' 이건 시스템적 사고방식이다.
파산하지 않고, 꾸준히 살아남고, 때로는 수익을 내면서 모든 실패에서 배울 점을 찾는다.
그렇게 20년을 살아남는다면,
분명 좋은 트레이더가 되어 있을 거다.
그러면 사업은 어떨까. 앞으로 20년간 사업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면?
내가 생각한대로 일이 단기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해서, 금세 쉽게 좌절하지 않을 거다.
나만의 미래를 조직하면서, 향후 20년간 사업과 투자에 대해 배워나가기로 결심한 순간,
나의 잿더미에서 다시 한 줄기 연기가 피어올랐다.
찾아 헤메던 탁월함의 문 앞에 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단기적으로 사업과 투자, 그리고 내가 잘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실력이 없을지라도
20년간 내가 이걸 계속하기로 마음먹는다면, 실패는 나를 더 강하게 할 것이다.
성공도 실패도 모두 내게 이득이다.
내가 어렸을 때 시도했던 일들에서, 나는 굉장히 단기적으로 폭발적인 성과를 냈었다.
그리고 그 성과를 년 단위로 끌고갈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수능을 본 이후로 나는 그런 모습을 절반 넘게 잃어버렸는데,
그 이유는 수능 이후로 내가 시스템적 사고를 하지 않고, 목표 지향적 사고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공부를 통해 매일 더 똑똑해지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시스템적 사고를 하지 않았다.
수능을 망하면 그 모든 게 쓸데없다고 생각했다. 목표 지향적 사고를 했다.
수능 실패가 내게는 굉장히 큰 타격이었기에,
그 실패가 그전까지 시스템적 사고를 갖고 있던 나의 뇌 모드를 한순간에 목표 지향적으로 돌려버린 거다.
그리고 그렇게 고장난 채로 10년이 지났다.
몇개월에 한 번씩, 나는 타고 남은 재 같은 상태로 되돌아왔고 그걸 나는 '정기적인 우울' 이라 불렀다.
하지만 그건 정기적인 우울 같은 게 아니었다.
그저 사고방식의 차이에서 나오는 자기운영의 실패였다.
이제 나는 20년간 사업과 투자, 그리고 개인적으로 달성하고 싶은 일들에 참여할것이다.
가능한 한 더 길게. 더 많이.
그리고 나는 내가 달성하기로 한 분야들에서, 모두 상위 10%의 탁월함을 갖게 될 것이다.
이번에 나를 비관에서 낙관으로 돌려놓은 스위치는 이것이었다.
'앞으로 20년간 이 일에 참여한다면,
지금의 실패는 내게 어떤 역할을 할까?'
그 실패가 하는 일들은 오직 이것이다.
나는 더 현명해지고 더 강해지며, 더 인내심이 늘고,
게임을 하는 법을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