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AD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룻강아지 Jun 28. 2024

구원

마음에서 반복재생되는 오디오파일은 우리 시대의 산물이다.

오디오파일은 여러 개가 있다. 경제적으로 성공해야 된다, 

남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된다, 네 마음의 소리를 따라라...

이 오디오파일들의 존재와 소리는 사람을 괴롭게 한다.



그래서 우울증이나, 공황 같은 걸 앓을 때, 보통 '내가 못나서' 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시대의 산물일 가능성이 크다.



명상을 하면 오디오파일들의 소리가 지워진다고 해서 오랫동안 명상에 몰두했다.

실제로 오디오파일들의 소리는 상당히 잦아들었다.

명상의 한계는, 오디오파일의 볼륨을 줄일 수 있었으나 파일을 삭제할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당연하다. 왜냐면 마음에서 반복되는 오디오파일은 인간의 '세계관' 이다.

'세계관' 은 개인이 세상과 상호작용해 얻어낸 경험적 결과물이며, 그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세계관' 은 그 인간이 사망할때까지 반복재생을 멈추지 않는데, 인간은 세계관을 삭제할 수 없다.

세계관 없이 있는 그대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인간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0.1초도 안되는 시간에 존재에 이름을 붙여버린다. 그리고 이름붙인 모든 것은 세계관이 된다.



우리는 모든 현실을 해석해서 받아들인다. 아파트를 보고 

'뭔가 석재로 쌓아올린 건물인데 사람이 여럿 사는 곳' 으로 아파트의 존재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않고, 

그것이 '아파트' 이며, 사람이 살고, 비싸다는 걸 아는 건 우리가 세계관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관은 삶을 사는데 유용하다.



명상에서 궁극의 질문으로 통하는 '나는 무엇인가?' 를 거듭 물어서,

세계관을 단 한순간이라도 지워 없애보려고 시도했다면 아주 생소한 경험을 하게 된다.

집 안방에서 나오는 아버지를 보면서 '대체 이 사람은 누구지?' '사람은 뭐지?' 라고 질문하게 된다.

미친 사람이나 할 법한 질문을 하게 되는데...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세계관에 붙잡히게 되고, 오디오파일의 재생은 멈추지 않는다.

유일한 해결책은, 오디오파일을 다른 것으로 바꾸는 것이다.

문제는, 아무리 오디오파일을 바꿔도 그것은 

개인이 살아가는 시간과 공간을 배경으로 해 바꾼 유한한 것이므로,

마음에서 일어나는 괴로움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러다가 어떤 순간에, 이해할 수 없는 인과관계로, 

어떤 존재가 내 오디오파일을 유한한 것이 아니라, 초월적인 것으로 바꿔주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 사건을 우리는 구원이라고 부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교회를 다니는데 욕망이 들끓는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