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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unny Rain Sep 08. 2021

출판 편집자가 알려주는 글쓰기 요령-1

글쓰기는 그림 그리기와 비슷하다.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어떻게 글의 구조를 잡고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해주고는 한다.


'글쓰기는 그림 그리는 것하고 비슷해요.'


인물 데생을 그릴 때 제일 처음 할 일은 큰 덩어리부터 그리는 것이다.

둥그런 원을 그리고 그 아래에 선 두 개를 직선으로 나란히 그린다.

그러면 원은 얼굴이 되고, 원 아래 선은 목이 된다.

그리고 점차 상세한 부분을 표현해간다.

오뚝 솟은 코를 그리고, 움푹 들어간 눈을 그린다.

입술의 굴곡과 인중을 그린다.

마침내 머리카락도 표현한다.

눈동자를 그리고 콧구멍을 그린다.

주름과 피부 결까지 그리면, 완성 단계로 접어든다.

원에서 차츰차츰 한 단계씩 디테일을 더해가는 것이다.

그렇게 그리는 것이 데생의 기본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먼저 큰 덩어리를 쓰고 차츰 살을 붙인다.

기본적으로 글은 서론, 본론, 결론의 큰 덩어리들로 나뉘어 있다.

일단 덩어리들을 완벽하게 연결 짓고 구성 짓는 것만으로도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 각 덩어리의 주요 논점을 무작정 흰 종이에 써보자.

일단 시작은 A4 한 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생각하고 연습해보자.

더 긴 글을 얼른 쓰고 싶겠지만, 욕심은 잠시 접어두자.

서론에서는 내가 이야기할 주제가 무엇인지 거론한다. (그냥 인사를 하든지...)

본론에서는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사례 등을 들어 풀어낸다.

결론에서는 내가 이야기한 내용을 바탕으로 어떤 마음가짐이나 자세를 가져야 할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등 정리하며, 마무리한다.

처음 글을 쓸 때는 반드시 각 부분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문장으로 덩어리를 잡는다.

말하자면, 명확한 문장으로 세 부분을 구분하면서 이어주는 데 집중하자.

서론에는 독자의 주의를 환기하는 유의 내용을 담는다.

내 경험을 풀거나 어딘가에서 들은 내용을 꺼내놓는 게 가장 쉽다.

본론에서는 주저하지 말고 주장을 펼친다.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런 듯도 하다.' 등의 애매한 마무리만큼은 피한다.

결론에서는 앞에 말한 내용을 한 번 더 정리하는 게 가장 마무리 짓기가 쉽다.


중요한 것은 일단 쓰는 것이다.

대부분 시작조차 하지 않고 글을 못 쓰겠다고 한다.

결국, 백지와 펜(혹은 워드 프로그램과 키보드)은 누구의 것도 아니라는 걸 명심하자.

그냥 주저하지 말고 쓰면 된다.

마음껏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을 적어보자.

특히 요즘은 자유롭게 누구나 글 써서 출간하는 시대이므로,

마음껏 써보는 사람이 작가가 된다.

고민 없이 그저 떠오르는 대로 적은 다음 큰 덩어리로 정리한 후 다시 살을 붙이자.

그리고 다시 멀리 떨어져 바라보며 큰 덩어리를 살피고 정리한 후 또 살을 붙이자.

이런 식으로 점차 조금씩 살을 붙여나가다 보면, 하나의 글이 완성된다.

이것은 마치 데생과 비슷한 작업이다.

둥그런 덩어리를 점차 깎고 깎아 사람 얼굴로 만들어가는 게 데생의 기본 요령이다.

글 쓰는 것도 마찬가지로 처음에 덩어리를 잘 잡는 게 중요하다.

디테일을 살리면서 계속해서 덩어리를 신경 써야 한다.

덩어리가 틀어지면, 내가 생각한 모습이 아니라 점차 다른 모습으로 변해간다.

살을 붙이면서도 계속해서 덩어리를 신경 써야 한다.

그래야 예쁜 얼굴 모양을 유지하여 내가 그리려던 그 모습을 완성할 수 있다.

글이나 그림이나 비슷한 창조의 과정을 거친다.


글쓰기에서 중요한 건 일관성이다.

처음과 끝이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어야 한다.

하나의 글이 하나의 덩어리처럼 하나의 방향을 가리켜야 한다.

물론 그림은 조금 다르다.

그림은 결과물이 전부이긴 하다.

여자를 그리다 보니 남자를 그리고 싶으면, 그렇게 하면 된다.

그림 그리기에서의 변심은 예술적(?)으로 허용된다.

글쓰기에서는 그 과정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게 되므로, 방향을 틀어 버리기가 쉽지 않다.

여성을 이야기하려고 했으면, 끝까지 여성을 이야기해야 옳다.

당연히 앞서 말한 여성이 남성이 될 순 없다.

그러나 목적성과 유연성의 차이일 뿐 큰 틀에서는 그리 다르지 않다고 본다.

말하자면, 과정이 남느냐, 남지 않느냐의 차이이지 접근하는 방법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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