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일요일
내가 별로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참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그래서 별로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종종 모른 척 살아간다.
가끔은 내가 나를 혼내고,
또 가끔은 나를 달래다가,
결국 혼자서 드라마를 찍는다.
그 혼란스러운 장면 속에서도
좋은 사람들은 묵묵히 내 곁에 남아준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적하지도 않는다.
그저 내가 스스로 깨닫기를
조용히 기다려준다.
나는 그 기다림이
얼마나 큰 배려였는지
뒤늦게야 깨닫는다.
“아, 내가 정말 별로였구나.
그럼에도 떠나지 않고
내 곁에 있어준 사람들은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이었나.”
좋은 사람들은
내 부족함을 굳이 말로 지적하지 않는다.
대신, 내가 느끼고
내가 고칠 시간을 준다.
때로는 침묵 속에서 배우는 일이
지적보다 더 날카롭게 다가온다.
하지만 가끔 생각한다.
내가 별로라서 참 다행이야.
어쩌면 나의 별로는
별로가 아닌 사람들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