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두 번째 날
첫날의 의기소침함을 버리고 출근 준비를 했습니다. 줄리 줄어의 ‘팀장의 탄생’을 다시 읽으려 핸드백에 책을 챙겼습니다. 처음 그 책을 읽으면서는 30대 초 팀장의 역할을 포기했던 실패에 대한 분석의 목적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오늘 다시 읽는 이유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선택한 역할을 잘 해내야 하고, 잘 해내고 싶다는 목표가 다시 생겼기 때문입니다.
30대 초의 팀장과 다른 점이 있다면, 좀 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점입니다.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 틈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초조함, 팀원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스트레스… 물론, 욕을 먹는 건 누구나 원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잘한다고 욕을 안 먹는 건 아닙니다. 그냥 팀장이라는 자리는 팀원들에게 늘 보이는 자리이고, 이 자리에서 한 순간의 틈도 보이지 않고 지낼 수는 없습니다. 압박감에 대한 스트레스가 어린 시절 그 자리를 스스로 포기했던 이유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뭐, 어쨌거나 새 회사에서의 두 번째 날은 첫날과는 조금 마음이 달랐습니다. 팀원들이 어색해하고, 불편해하는 마음을 조금 여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저도 어제는 굉장히 제 스스로도 어색했으니까요. 오늘의 여유는 점심시간에 조금 더 산책을 하게 했고, 어제보다는 좀 더 캐주얼하게 옷차림을 바꾸어주었습니다. (어제는 풀장착, 풀정장 차림이었거든요)
그리고 오늘은 팀원 한 분이 허쉬 초콜릿 드링크를 하나 주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 그래도 내게 신경을 쓰는 사람이 한 사람은 있구나 하면서요. 늘 소소한 사려 깊음이 팀장을 춤추게 합니다. 저 또한 그런 사람, 그런 팀을 만들 수 있는 아니 이끌 수 있는 팀장이 되고 싶습니다.
어쩌다 보니 또 외국계로 이직하게 되어, 여전히 외국인 노동자 신세지만(?) 잘 헤쳐나가겠다는 다짐을 한 번 더 한 두 번째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