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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앤 Nov 10. 2020

원시안을 가진다는 것

나를 뭉뚱그려 상상하는 재미

 



 내 자신과 환경, 진로와 꿈과  취향 같은 것들에 대해 오랫동안 미시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잘 지내고 있었던 것 같다. 웬만한 일에 스트레스를 오래 끌고 다니지 않았고, 그날 그날에 나름대로 충실했다. 일기도, 운동도, 독서도, 전공 공부도 놓치지 않고 열심히 했다. 살도 나름 뺐고, 텅텅 비었던 전공에 대해서도 나름의 덕후력을 가지게 되었다. 코로나 때문에 불규칙적이고 마냥 이상적이지는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오랫동안 쳐지지 않고 밝게 지내려는 내 모습 자체가 긍정적으로 느껴진다. 





 근시안적으로 지내다 보니, 원시안을 가져보는 것이 낯설어졌다. 원시안이란 무엇을 말하냐 하면, 미래의 내가 어떤 형체를 가졌으면 하는 대충적인 스케치다. 지금 나의 모습에 관계없이. 대충적인 뉘앙스다. 이 원시안을 마지막으로 제대로 가져본 지는 중학교때인 것 같다. 꿈에서 누군가의 형체를 보는 것처럼, 미래의 나를 흐릿하게 꿈꿔보는 것. 선명한 장면이 아닌, 뭉뚱그려진 형체들, 풍경들. 그런 상상을 해본지 오래되었다. 요즘 삶의 추진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늘 했는데, 아무래도 이 원시안의 부족이 원인인 것 같다. 막연한 불안함 때문에 나의 내일을 뭉뚱그려 상상해보는게 두려웠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의 미래 모습을 뭉뚱그려 상상하는 재미, 그 설렘을 다시 느껴야할 때가 온 것 같다.  원시안으로 그려보는 나의 모습은 어쩌면 광활하게 막연하기에, 공포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그만큼 낯설고 신선하다. 뜻밖의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해보기 좋은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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