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캐롤라이나 샬롯(Chalotte)에서 열린 미국 프로골프(PGA) 경기 ‘웰스파고 챔피언십(Wells Fargo Championship)’을 관람하였습니다. 운전을 좋아하지 않고, 어두울 때 운전, 새벽부터 운전은 더더욱 좋아하지 않는데, 새벽 5시에 길을 나서 2시간 30 정도 운전하였습니다. 내가 가고 싶어 가니 새벽 5시에도 운전이 가능하더라고요. 아이들도 학교를 빠지고 데리고 갔어요.
챔피언 트로피를 들다
경기장에 도착해서 필드로 들어가는 길에 챔피언 트로피가 있었습니다. 기념품 가게, 음식점 등이 설치된 가건물 중앙에 트로피가 있었는데, 당연히 모형인 줄 알고 지나쳤습니다. 진행요원이 알려준 덕분에 다시 가보니 공식 트로피였습니다. 공식 트로피를 외부에 세워놓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부서지거나 분실되면 어쩌려고.
진행요원이 사진 찍어줄 테니 만져보라고 했어요. 조심스레 만지니, 트로피를 들고 무게도 느껴보라고 했습니다. 빨간 글씨로 ‘만지지 마시오’라고 써놓아야 할 것 같은 진짜 트로피를 만지고 들어보라고 하니 왠지 낯설게 느껴졌는데, 생각해 보니 안 될 것도 없었습니다. 진행요원이 트로피를 지키면서 사진도 찍어주니 좋았습니다. 나 스스로가 너무 통제에 길들여졌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트로피를 들어보니 무게가 상당히 무거웠습니다. ‘이것이 바로 챔피언의 무게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쓸데없이 의미를 갖다 붙이는 게 웃겨 혼자 피식 웃었습니다.
꼭 보고 싶은 선수들
이 날 대회에서 꼭 보고 싶었던 선수는 로리 맥길로이, 임성재 선수, 김주형 선수, 맷 피츠패트릭, 토니 피나우, 저스틴 토마스, 조던 스피스였어요.
골프에 1도 관심 없을 때도 알던 이름이 타이거 우즈, 로리 맥길로이였습니다. 타이거 우즈는 이 대회 참여하지 않았고, 로리는 참여할 예정이었습니다. 로리 맥길로이를 실제로 본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임성재 선수는 우리나라 선수 중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에이스였고, 김주형(탐 킴) 선수는 작년에 최연소 PGA 2승을 거두면서 혜성처럼 나타난 선수여서 꼭 보고 싶었습니다.
다른 선수들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풀스윙'을 보고서 만나보고 싶어 졌습니다. 원래 pga 선수들을 잘 몰랐는데, 다큐멘터리를 통해 스토리를 알게 되니 왠지 가까워진 기분이 들더라고요. 응원해지고 싶은 마음도 생기고요.
그렇게 응원하고 싶은 선수 중 한 명이 맷 피츠패트릭(Matt Fizpatrick) 선수였습니다. ‘풀스윙’ 시리즈에서 5편 ‘아메리칸드림(American Dream)’에 나온 선수입니다. 영국 출신으로 유럽에서 많은 우승을 했습니다. 더 큰 미국 무대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지만, 유독 우승만은 못한 선수로 나옵니다.
맷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친 모든 샷을 기록하고 분석할 만큼 꼼꼼하고 성실합니다. 하지만 크지 않는 체격에 순둥한 말투를 보고 있으면, 어마어마한 압박에 흔들리지 않을 멘털이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아 보이는 대담한 선수들을 보고 환호했던 것 같아요. 마치 슈퍼히어로들 같죠.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중요한 순간에는 떨리기 마련이지요. 꼼꼼하고 성실하여 소심해 보이는, 실수하면 스스로에게 ‘idiot!’이라고 내뱉는 이 선수를 응원하고 싶어 지더라고요. 떨려도 조금씩 한 발씩 나가서 이겨내길 바라게 되더라고요.(맷은 22년에는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우승하였고, 23년에도 RBC Heritage에서 우승을 추가하였습니다.)
또 한 명은 토니 피나우(Tony Finau) 선수입니다. ‘풀스윙’ 6편 ‘속상해하지 마, 더 잘하면 돼(Don’t get bitter, get better)‘에 나오는 선수입니다.
토니는 투어에 매번 가족들을 데리고 다닙니다. 가족들과 다니다 보니, 실력에 비해 높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는 눈총을 받는 선수입니다. 토니는 '웰스파고 챔피언십' 직전 경기인 '멕시코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추가했는데, 현지 언론기사가 “Part time golfer, Full time father”로 시작됩니다. 이런 아빠인 선수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스틴 토마스와 조던 스피스도 풀스윙에 1편에 나오는 선수들로, 인기가 많은 선수여서 보고 싶었습니다.
마침 오전에는 맷과 로리가 같은 조였고, 토니, 임성재 선수들이 연이어 나와서 모두 볼 수 있었습니다. 오후에는 김주형 선수와 조던, 저스틴 토마스 선수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친화적인
TV에서 PGA 중계를 보면 골프경기를 관람하는 어린아이들이 모습이 많이 보였었습니다. 아이들이 많은 것도, 선수가 샷을 할 때 아이들이 에티켓을 지키며 재미있게 보는 것도 신기했었습니다.
대회 홈페이지에는 아이들에게 친화적이라며 함께 오도록 유도하고 있었는데(무료), 이 날 경기장을 가보니 실제로 그랬습니다. 경기장에는 Kids Zone을 마련하여 아이들이 골프체험도 하고, 곰인형, 선글라스, 타투 스티커 등을 받아왔습니다. 갤러리들은 아이들이 뒷줄에 서면 아이들에게 앞에서 보라며 비켜주었습니다. 진행요원은 아이들에게 선수가 치고 간 티(Tee)를 주워주거나, 퍼팅연습장에선 골프공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선수들도 '사인 존(Autograph Zone)'을 떠나기 전에 혹시 아이들 중에 사인 못 받은 사람이 없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저스틴 토마스 선수는 경기 후 연습하러 가는 길에서 아이들을 보더니 갑자기 멈춰 서서 사인을 해주었습니다. 우리 임성재 선수도 인기가 많아서 미국 아이들이 사인존에서 "Im!!"을 외치더군요. 덕분에 저희도 사인을 받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진행요원, 선수들, 관람하는 갤러리들 모두 아이들에게 친절하고 우호적인 분위기였습니다. 좋았고 부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