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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아이에게 보내는 편지

마음의 더듬이가 많은 아이 (feat. 기질공부)

by 까를로스 안

정원아,


너의 기질을 요약하면, “모험적인 탐구자”란다.


너는 어릴 때부터 워터파크에 가면 가장 무서운 워터 슬라이드를 수십 번 타도 좋아라 했어.

롯데월드, 에버랜드에 가서도 꼭 가장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야만 직성이 풀렸지.

그건 너의 타고난 모험심과 탐구심 때문이지, 절대 유별난 게 아니야.

세상은 워터파크, 놀이동산보다도 훨씬 더 모험적이고 신비로운 일이 많단다. 너의 모험심과 탐구심으로 세상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갔으면 좋겠어.


너는 마음의 더듬이가 많아서 나의 감정도 다른 사람의 감정도 깊이 느낄 수 있는 아이야.

그래서 주변에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으면 계속 신경이 쓰이고 뭐라도 도움이 되려고 한단다.

혹시 친구를 도우려는 너를 보고 오지랖이 넓다고 비난하는 친구가 있다면 그런 말들은 가볍게 넘겨버리렴.

그건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니깐 너의 마음대로 친구들을 기꺼이 도우렴.


탐구심이 많아서 하고 싶은 게 정말 많고, 한번 하면 꾸준히 하는 아이야.

트니트니 문화센터에도 아빠랑 단둘이 2년 넘게 오래 다녔지. 아장아장 걷는 너와 버스를 타고 갈 때도 자차를 타고 갈때도 있었지.

피아노, 수영, 배드민턴, 영어 등 한번 시작하면 꾸준하게 하면서, 가르쳐주는 선생님께 더 많이 배우고 싶어서 적극적으로

알려달라고 할 정도였지. 그래서 학원 비용은 적지 않지만, 정원이가 좋아해서 엄마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싶어 했어.


정이 많아서 친해진 친구와 하루 재밌게 놀고 헤어질 때면 헤어지기 싫다고 엉엉 운 적도 많았어.

조금 더 커서는 의젓하게 잘 헤어지고 핸드폰으로 연락하며 관계를 잘 가꾸어가는 아이란다.


너는 약속을 중시하는 아이였어. 어떤 약속을 하면 잊지 않고,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아빠에게 말하곤 했어.

아빠가 가끔 약속을 잊거나 가볍게 생각했을 때, 너에게 혼나곤 했었어. 약속을 잘 지키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란다.

아빠도 사회생활을 할 때, 친구, 가족과도 약속은 꼭 지키고 약속을 기반으로 신뢰를 쌓아갔지. 약속을 중시하는 건 참 좋은 태도야.


너는 아빠에게 또는 주변사람에게 일이 생길 때 ”괜찮아? “라는 말을 잘하는 아이였어.

마음의 더듬이 때문인지 주변의 사람들을 잘 케어하고, 챙기는 마음은 참 좋은 거란다.

네가 주변사람을 챙기는 만큼, 너 스스로의 마음에게도 “괜찮아?”라고 자주 물어보고 꼭 챙겨주길 바라.

나를 잘 챙겨야, 그 힘으로 다른 사람들도 잘 챙겨줄 수 있으니깐.


너는 아빠가 크게 웃으면,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함께 크게 웃는 아이였어.

애기 때부터 웃는 거에는 일가견이 있었지. 웃음이 많고, 웃음이 커서, 엄마, 아빠도 함께 많이 웃었어.

너의 시원한 웃음소리를 들으면 참 기분이 좋아졌어.


너는 정이 많지만, 독립심도 강한 아이였어.

내 침대를 가지고 싶다고, 거실의 식탁 아래에 쿠션과 인형을 넣어 침대를 만들어서 거기에서 자겠다고 주장했지.

아빠는 밤에 잠을 설치면서 거실 식탁아래 만든 너만의 침대에 자고 있는 너를 안아서 너의 방에 데려다주었지.

그리고 다음날 바로 2층 침대를 알아봤지.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한 독립적인 아이였단다.


마지막으로, 너는 첫째이고 언니로서 조금 더 철들게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아이였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도, 선생님에게도

먼저 인사를 하는 인사성 밝은 아이였지. 아빠는 가끔은 그런 철든 모습이 도리어 너에게는 힘든 일이지 않을까 걱정을 했단다.

아이는 아이답게 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정원이의 마음을 살피기 위해 노력했단다.


오늘 이 글이 바로, 정원이 너의 기질을 기반으로 한 아빠와 정원이 추억에서 나온 이야기들이야.

언젠가 정원이가 커서 이 글을 보면 아빠와 정원이는 어떤 마음일지 궁금하다.


10년 후에 이 글을 함께 보는 그날까지, 우리 부녀 파이팅 하자!


2025년 6월 4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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