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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추장의 편지

신선한 공기, 반짝이는 물을 어떻게 팔 수 있다는 말인가?

by 까를로스 안

워싱턴에 있는 대통령이 우리 땅을 사고 싶다는 전갈을보내 왔다.


그대들은 어떻게 저 하늘이나 땅의 온기를 사고 팔 수 있는가? 우리로서는 이상한 생각이다. 공기의 신선함과 반짝이는 물을 우리가 소유하고 있지도 않는데 어떻게 그대들에게 팔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에게는 이 땅의 모든 부분이 거룩하다. 빛나는 솔잎, 모래 기슭, 어두운 숲속 안개, 맑게 노래하는 온갖 벌레들, 이 모두가 우리의 기억과 경험 속에서 신성한 것들이다. 나무 속에 흐르는 수액은 우리 홍인(紅人)의 기억을 실어 나른다. 우리는 땅의 한 부분이고 땅은 우리의 한 부분이다.


향기로운 꽃은 우리의 자매다. 사슴, 말, 큰독수리, 이들은 우리의 형제들이다. 바위산 꼭대기, 풀의 수액, 조랑말과 인간의 체온 모두가 한 가족이다. 개울과 강을 흐르는 이 반짝이는 물은 그저 물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피다.


만약 우리가 이 땅을 팔 경우에는 이 땅이 거룩한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달라. 거룩할 뿐만 아니라, 호수의 맑은 물속에 비친 신령스러운 모습들 하나하나가 우리네 삶의 일들과 기억들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물결의 속삭임은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가 내는 목소리다. 강은 우리의 형제이고 우리의 갈증을 풀어 주고 카누를 날라 주고 자식들을 길러 준다.


만약 우리가 땅을 팔게 되면 저 강들이 우리와 그대들의 형제임을 잊지 말고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형제에게 하듯 강에게도 친절을 베풀어야 할 것이다. 아침 햇살 앞에서 산 안개가 달아나듯이 홍인은 백인 앞에서 언제나 뒤로 물러났지만 우리 조상들의 유골은 신성한 것이고 그들의 무덤은 거룩한 땅이다. 그러니 이 언덕, 이 나무, 이 땅덩어리는 우리에게 신성한 것이다.


우리가 우리 땅을 팔게 되더라도 그것을 잘 간수해서 백인들도 들꽃들이 향기로워진 바람을 맛볼 수 있는 신성한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 시애틀 추장의 편지

시애틀 추장의 편지로 알려진 연설문은 1854년경, 미국 정부가 원주민 땅을 사들이려 할 때 시애틀 추장이 자연과 인간, 땅의 소중함에 대해 말한 철학적이고 감동적인 메시지로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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