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에 없지만 진정으로 나를 사랑해 준 사람이 있나요?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육신을 초월해서 더 먼 곳까지 간다는 것이었다. 사랑은 영적인 존재, 내적인 자아 안에서 더욱 깊은 의미를 갖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았든, 아직 살았든 죽었던 그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나는 아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몰랐다. 알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그것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 세상 그 어느 것도 내 사랑의 굳건함, 내 생각, 사랑하는 사람의 영상을 방해할 수는 없었다. (79쪽, 나를 그대 가슴에 새겨주오)
지금은 내 곁에 없지만 나를 진정으로 사랑해 준 사람이 있나요?
나에게는 외할머니가 그렇다. 외할머니는 일찍 과부가 된 자신의 딸을 가엾게 여겼다. 그리고 손자인 나를 많이 아껴주었다.
자주 서울에 올라와서 여자 혼자 아이를 키우는 데 힘들었을 마음을 보듬어 주고, 아껴 모았던 돈을 손자와 손녀에게 아낌없이 베푼다.
외할머니는 나의 두 번째 엄마다.
외할머니를 생각하면 가슴 한쪽이 따뜻해진다. 나를 무조건적으로 긍정해 주는 존재. 무엇이 힘들다 말하지 않아도 나를 품어주는 사람.
이제는 내 곁에 계시지 않지만, 생각만 하면 할머니는 언제나 내 가슴에 산다. 내 가슴의 일부로 언제나 살아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너는 왜 이렇게 사람들에게 잘하려고 해”라는 질문을 받는다. 회사 나가면 다 끝이라고 한다.
나는 회사 나가면 끝이 아니라고 한다. 회사를 나가면 다시 만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그동안 함께 했던 추억은 우리 마음속에 살아 오래오래 간다. 모든 사람이 아니더라도 나에게 잘해준 사람, 나에게 힘이 된 사람은 잊을 수 없다. 나는 내가 만난 사람들과의 추억으로 구성되어 있다. 당신들과의 추억이 모여 내가 된다. 부디, 나의 행복한 일부가 되어 주세요!
나의 외할머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