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여행 (feat. 자비명상)
회사생활을 하며 동료들에게는 관대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도리어 가까운 가족에게는 그러지 못한 거 같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실수를 해도 내 실수를 잘 인정하지 않는다. 부모라는 권력을 부린다. 쉽게 버럭 화를 낸다.
아름다운 동해 여행에서도 모든 시간들이 즐거웠던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버럭 화를 통해 배우는 것이 있었다.
1. 화를 내다
여행의 모든 시간들이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초등학생 두 딸은 하루에도 여러 번 웃고 싸운다. 지지고 볶는다는 말이 딱 맞다.
첫째가 둘째에게 짜증을 낸다. 너는 왜 엄마만 쫓아다니냐고. 이번에는 아빠 손을 잡으라고 한다.
둘째는 첫째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첫째의 짜증에 나도 모르게 짜증이 올라왔다. 첫째에게 둘째한테 강요하지 말라고 말한다.
첫째는 나의 감정 섞인 말에 “알았다”라고 잔소리하지 말라고 말을 끊는다. 기분 좋은 여행에 나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낸다.
동해 여행 둘째 저녁,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모두 말이 없다.
버럭 화를 낸 나는 나대로 머쓱해서 할 말이 없다. 첫째는 아빠의 버럭 화에 놀라고 삐져서 말을 하지 않는다.
둘째는 아빠와 언니의 사이가 안 좋아진 게 자기 잘못인 거 같아 내 손을 잡고 눈치를 본다.
2. 어설픈 화해를 하다
첫째는 숙소로 돌아와서 배가 아프다고 밥을 먹는 둥마는둥한다. 나름의 시위를 하는 중이다.
버럭 화를 낸 나는 미안한 마음에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구슬 아이스크림을 사둔다.
저녁을 먹으면서 첫째에게 말을 좀 걸어보고, 아이스크림을 꺼낸다.
아이는 아이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티브이를 보며 조금씩 감정을 풀어간다.
3. 화에 대해 생각해 보다
명상 선생님은 버럭 화를 낸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것에서 끝나지 말고, 화를 낸 감정의 이면에 있는 욕구와 필요에 대해서 생각해 보길 권했다.
분노(화)는 어쩌면 내가 나의 감정을 이해하는 좋은 교구(공부도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버럭 화를 냈던 순간.
트리거는 첫째 아이의 짜증이 묻어 있는 ‘알았어 ‘라는 말이었다.
그 말이 내가 하려고 하는 말을 멈추게 했다. 나는 그 순간 ‘들을 가치가 없는 말‘을 하는 꼰대가 돼버린 기분이었다.
모멸감 같은 게 느껴졌고, 짜증을 부리는 아이를 보며 ‘지랄’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아이들에게 들을만한 가치 있는 말을 하는 존경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은 욕구가 있었던 거 같다.
아이들이 내 말을 경청해 주길(필요) 바랬었던 거 같다.
그 모든 게 순간적으로 무너졌고 나도 모르게 버럭 화를 냈다.
4. 감정 문해력
엄마는 내가 ‘욱‘하는 성격이 있다고 했다. 갑자기 감정적이 되어 엄마에게도 ’욱‘하며 가끔 대들었다고 한다.
명상 선생님은 화를 내는 것도 습관 에너지 때문이란다. 감정도 습관이고, 화도 습관이 되었다.
내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감정 문해력이다. 내 감정을 잘 이해할수록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감정 문해력이 높아지면 분노가 생겼을 때 지나친 화로 자신과 주변사람에게 줄 상처를 줄일 수 있다.
감정에 휩쓸려 가고 있을 때, 잠깐 멈추어서 그 감정의 이면에 있는 욕구와 필요를 떠올려보자.
그 현장에서 떠올리지 못했다면, 마음이 조금 안정이 되었을 때 꼭 되새겨보자.
감정 문해력이 높아지면, 내 감정과 친해질 수 있다. 그러면 나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느낌과 니즈의 목록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