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가게》

백일백장 이른다섯

by 민희수

《이상한 과자가게 전천당》이라는 판타지 동화로 유명한 히로시마 레이코작가의 《십 년 가게》라는 책을 읽고 있다. 인터넷 도서관에서 우연히 찾은 건데 어린이 동화지만 왠지 끌렸다. 거기다 요즘 책을 읽고 싶긴 한데 독서모임의 책은 안 끌리고 집중도 어려워서 쉬운 책부터 읽어보려는 마음도 있었다. 물론 동화책이라고 꼭 어린이만 읽으라는 법도 없고, 요즘 아이들은 감히 무시 못하는 수준이긴 하지만 확실히 문장들이 간결하고 쉽다.

이 작가의 작품이 워낙 인기가 많아서인지 이 책도 시리즈로 꽤 많이 나와있다. 아직 고작 1권의 에피소드 2개만 읽었을 뿐인데 흥미로운 소재다. 뭔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생각나는 분위기다.



십 년 가게는 고객의 소중한 물건을 십 년 동안 가져온 상태 그대로 맡아주는 가게이다. 아무나 방문할 수는 없고 고객이 특정 물건에 대해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기면 십 년 가게에서 카드를 보내주는 찾아가는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십 년을 깨끗하고 안전하게 맡아주는 대신에 고객의 수명 1년을 비용으로 지불해야 한다. 중간에 마음이 바뀌어 되찾아가더라도 지불한 수명 1년은 돌려받을 수없다.

읽다 보니 자연스레 나에게도 그렇게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물건이 있었나 생각해 본다.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 물건이라면 내가 볼 수 있는 곳에 간직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 책의 물건들은 우리의 추억 같은 것을 비유적으로,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겠지만.


집 안에 수많은 물건들이 있는데도 그렇게까지 소중한 물건이 없다는 것은 거꾸로 생각하면 대부분의 물건들이 없어도 상관이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생각해 보면 여름이 되기 전에 꺼내놓은 여름옷들 중에도 아직 한번 입지도 않은 옷들도 있고, 유리장식장의 커피잔들도 사용은커녕 눈길도 잘 가지 않는다.

문득 곤도 마리에의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말이 떠오른다. 결국 삶에서 중요한 것은 특별한 물건을 애써 찾는 일이 아니라, 나를 더 이상 설레게 하지 않는 것들을 내려놓는 용기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불필요한 것들을 비워낼 때 비로소 진짜 소중한 것이 드러난다는 깨달음을 이 동화가 조용히 일러주었으니, "십 년 가게"가 아니라 "아름다운가게"에 가져갈 것들을 체크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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