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빼야 만나는 자유

백일백장 이른여섯

by 민희수

얼마 전, 감기몸살로 지친 몸이 바닷속에서는 오히려 편안했던 경험을 글로 남긴 적이 있다. 물속에서는 힘을 완전히 빼야만 몸이 뜬다. 수영을 처음 배울 때도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바로 이 법칙이다.

어릴 적 가족들과 함께 수영장에 갔을 때가 떠오른다. 수영을 좋아하던 아빠는 혼자 신나게 깊은 물속에서 계시다가 폐장시간이 다 되어서 우리에게 수영을 가르쳐주신다고 오셨다. 방법은 단순했다. “그냥 힘을 빼고 엎드려라. 몇 번 물을 먹다 보면 저절로 터득하게 된다.” 언니들과 나는 물을 잔뜩 먹어가며 여러 번 시도했고 결국 다들 물에 뜰 수 있게 되었다. 그 덕분에 후에 수영을 배울 때 남들보다 수월하게 배웠다.

성인이 된 뒤, 20대 중반쯤 친구들과 수영장에 갔던 기억도 난다. 네 명 중 나만 수영을 할 줄 알아서 친구들에게 물에 뜨는 법을 가르쳐주기로 했다. 아빠가 알려주셨던 그 ‘무모한 방법’이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벽을 잡고 힘을 빼라고 한 뒤 준비가 되면 손을 놓으라고 했다. 두 친구는 물을 먹고는 금세 포기했지만 한 친구는 계속 시도하다가 마침내 성공했다. 물 위에 떠오른 순간, 그 친구는 신이 난 듯 혼자 잘 놀았다. 그 친구도 이후 오랫동안 수영을 배우게 되었다. 나머지 친구들은 지금도 여전히 물과 거리를 둔 채 살아간다. 사실 수영을 못한다고 사는 데 큰 지장은 없다. 나 역시 여행 중 호텔 수영장에서 잠깐씩 즐기는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올해는 이상하게도 물과 가까워지고 싶다. 동네 수영장에서부터 멀리 하와이의 바다까지. 물속에 몸을 맡기면 느껴지는 자유로움, 해방감, 그리고 마치 우주를 떠다니는 듯한 황홀함까지.


물 위에 떠오르던 순간의 가벼움과 해방감처럼 삶에서도 불필요한 긴장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올해 내가 물과 더 가까워진 건 어쩌면 이제야 힘을 빼고 살아가라는 삶의 가르침을 배워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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