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필요해요"

백일백장 이른여덟

by 민희수

신형철의 《인생의 역사》를 읽고 있다.

프롤로그에 있는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다.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든 안 되겠기에.

신형철은 이 시를 단순한 사랑의 노래로만 해석하진 않는다. 그는 이것을 삶을 지탱하는 말의 힘으로 해석한다. 누군가에게서 “당신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는 살아야 할 이유, 존재해야 할 이유를 얻게 된다. 그리고 그 이유는 때로는 죽음보다 더 강력하게 우리를 삶으로 붙잡아둔다.

신형철작가는 아이의 탄생과 맞물려 이러한 생각을 한 것 같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이가 생겼고, 그 아이는 나를 필요로 하니 나는 최선을 다해 온전히 세상에서 죽지 않고 잘 살아가야겠다고.

'네가 나를 필요하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시간까지는 제대로 살아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겠다고.

나는 아이가 없으니 자연스레 우리 부모님을 떠올려본다. 성실하게 사신 아빠 인생의 내면에 그러한 굳은 결의가 포함되어 있었음을 안다. 며칠 전 여행 후유증으로 아프다고 징징대는 막내딸에게 전화로 걱정하시던 목소리에서도.

그리고 엄마를 떠올렸을 때, 그렇게 온전히 당신을 지키지 못 한 엄마는 엄마로서, 얼마나 참담한 시간이 많았을지. 한편으로는 당신을 필요로 하는 우리를 위해 애써 그만큼 버텼을 그 인생도, 찬란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게 지켜준 내 인생을, 이 아름답고 소중한 인생을, 이제부터라도 그들을 위해 정신 차리고 애지중지해 주며 살아가야지.


minisu202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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