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백장 아흔하나
추석 연휴지만 주일이니까 성당에 가야 하는 날. 오늘은 독서봉사도 있어서 평소보다 조금 일찍 나서야 한다. 문제는 성당 주차장이다. 너무 협소해서 불안하다. 그래도 봉사하는 날은 일찍 가니까 자리가 있는 편이지만 그게 또 애매하다. 9시 미사가 10시에 끝나고, 조금 늦게 나오는 분들이 있어서 너무 일찍 가면 그 차들이 아직 안 빠지고, 반대로 늦게 가면 11시 미사 보시려는 분들 차가 이미 들어와 있다. 그러니까, 타이밍이 생명이다.
오늘도 그 ‘기똥찬 타이밍’을 한번 제대로 맞춰보겠다고 시계를 보며 나서려는 순간, 건조기 끝나는 소리가 울린다. 반건조 세탁물이라 바로 안 꺼내면 꼬깃꼬깃해질게 뻔하니 후다닥 꺼내서 걸고, 안경을 쓰고 다시 후다닥 지하주차장으로 갔다.
시계는 10시 17분. 약간 늦은 듯했지만 일단 출발! 간당간당한 노란불도 무사히 통과했지만, 역시나 한 번은 걸리고 마는 빨간불에 멈춰 서서 문득 생각한다.
'왜 이렇게 서두를까?어차피 신호는 지켜야하고 곧 도착할텐데 마음 편히 가자'
그냥 마음이 조급한 것 뿐이다.. 그래, 가면 있겠지. 내 자리가.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정말 방금 나간 것이 거의 확실한 가장 좋은 자리가 딱 비어 있다.
내 자리는 역시 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