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백장 아흔
남편이 미용실에 간다기에 따라나섰다. 점심을 좀 과하게 먹은 탓에 저녁은 고구마로 가볍게 때운다는 게 많이 먹었나 보다. 배가 더부룩해서 남편이 커트하는 동안 바로 앞 스타필드로 향했다.
워낙 넓어서 몇 번만 돌아도 제법 걷게 된다. 혼자 쇼핑을 한 적은 많지만 이렇게 목적 없이 발길 닿는 대로 다닌 건 오랜만이다. 보통은 늘 남편이나 리코와 함께였으니까.
연휴의 쇼핑몰은 상기된 얼굴과 여유로운 걸음으로 가득하다. 혼자 걷다 보니 사람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평일 낮엔 손님 한 명 없던 매장에도 북적이는 모습을 보니 괜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문득, 이곳에서 웃고 있는 사람들이 집에 돌아가서도 그 기분이 계속될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디폴트 감정이 살짝 우울 쪽으로 기운 갱년기 아줌마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행복을 빌어주는 마음은 남아있다고.
더불어 오늘도 잘 살아낸 나 자신에게 따뜻한 미소를 건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