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이 적이 되는 시간

백일백장 여든아홉

by 민희수

친구와 만나고 집에 가는 길, 지하철역 도착 시간을 남편에게 카톡으로 보냈다. 평소라면 “금방 나갈게” 하고 답장이 온다.
그런데 오늘은 묵묵부답.
전화를 걸어도 신호만 한참 울린다.
다시 걸고 또 걸고...


요즘 같은 날씨라면 걸어가도 괜찮지만 오늘은 짐이 많았다. 하필 이런 날 전화를 안 받다니. 테라스 정리를 한다더니 휴대폰을 두고 신경 안 쓰고 있었겠지. 그래도 괜히 온갖 불길한 상상을 하고, 지하철에서 읽으려고 다운받은 이북도 못 읽고 속만 부글부글 끓었다.


열 번째 전화에서야 드디어 받는다.

쏟아내고 싶은 말은 백 마디였지만 결국 몇 마디만 툭 던지고 참았다. 괜히 화내봤자 내 기운만 빠지니까.

역시 적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운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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