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백장 아흔셋
얼마 전에 읽은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 이런 구절이 있다.
"예전에 마거릿에게 들은 말인데, 여자는 자신이 가장 매력적이었던 시절의 헤어스타일을 늙어서까지도 고수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과감히 쳐내는 게 두렵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더는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에 줄곧 매달리는 것이다."
작년에 정말 오랜만에 파마를 했다.
‘이제 오십이 넘었으니 짧은 머리만 해야 하나’ 싶다가
‘더 나이 들기 전에 긴 웨이브를 한 번쯤 해봐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거울 속의 나는 내가 상상한 그 사람이 아니었다.
얼굴선은 처지고 머리숱은 줄고 가는 머리카락은 제멋대로 흩어졌다.
결국 비싸게 한 파마는 한 달을 버티지 못하고 잘려나갔다. 단발이 되고 나니 어찌나 샴푸 할 때 편하던지.
예전에 풍성했던 머리숱은 줄고 흰머리도 많아지고, 서글픈 건 둘째치고 나갈 때마다 머리를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다.
아직 해본 적 없는 숏컷을 시도해 볼까.
머리카락이야 금세 다시 자라겠지.
‘과감히 쳐내는 일’은 지금의 나에게 꽤 괜찮은 연습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