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짱 좋은 날

백일백장 아흔넷

by 민희수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아서 무조건 나가야 했다. 얼마 전 알게 된 ‘선운각’이라는 곳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강북구 우이동, 북한산 동편 등산로로 이어지는 길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북적였다. 차를 조심조심 몰고 도착했는데, 웬걸—휴무란다. 연휴지만 추석도 지났으니 당연히 영업하겠거니 했던 우리의 착각이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내려와 갓길에 주차를 하고 근처를 걸어보기로 했다. 조금 올라가니 계곡물이 졸졸 흐르고 바람이 시원하다. 리코 덕분에 또 식당엔 들어갈 수 없어서 김밥과 편의점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웠다. 어제 넷플릭스에서 김밥의 천국을 봤던 터라 특이하고 맛있는 김밥이 먹고 싶었는데, 오늘은 그냥 평범한 김밥이었다. 그래도 날씨가 좋으니 그마저도 맛있다.


걷다 보니 갑자기 눈앞에 고급 리조트가 나타났다. 서울 경계쯤인데도 이런 휴양지 같은 곳이 있다니 놀라웠다. 맑은 물이 흐르고 산 풍경도 멋지니 납득이 갔다. 북한산 인수봉과 도봉산 오봉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위치라니, 이만한 조망이 또 있을까.


리코와 함께 갈만한 카페를 찾아보니 의정부 쪽에 분위기 좋은 곳이 하나 보여서 차를 돌렸다. 주차장은 이미 만차라 아래쪽에 차를 세우고 걸어 올라가니, 세상에 누가 보면 무슨 파티라도 열린 줄 알겠다.



쨍하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완벽한 날씨에 내일 연휴가 하루 더 남았다는 사실까지 더해지니 이보다 좋을 순 없지 않은가. 가장 신난 건 아마 카페 주인일 것이다. 다들 ‘장소값이려니’ 하며 동네보다 몇천 원씩 비싼 커피와 빵을 들고 행복하게 웃고 있으니까.

너무 낭만 없는 말인가. 그런 카페가 잘 운영돼서 나도 좋다는 얘기다. 오늘의 나들이도 매우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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