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백장 아흔일곱
예전엔 밖에 나가면 여러 일을 한꺼번에 하곤 했다. 일도 보고, 친구도 만나고, 쇼핑도 하고, 서점에도 들러 책을 구경하다가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요즘은 하루에 한 가지 일만 해도 꽤 벅찰 때가 있다.
이를테면, 스타필드가 아무리 넓다지만 지하에서 쇼핑을 하고 나면 2층 매장까지 올라갈 기운이 남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가는 김에’ 둘러봤을 텐데, 이제는 ‘오늘은 이만큼이면 됐다’ 싶어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흥미가 줄어든 탓도 있겠고, 예전보다 체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탓도 있을 것이다. 요즘처럼 비가 잦은 날엔 몸도 마음도 더 쉽게 처진다.
오늘도 오전에 성당 미사를 드리고 회의에 참석한 뒤 집에 돌아왔다. 남편이 차려준 점심을 먹고, 비가 잠시 멎은 틈을 타 리코와 산책을 다녀오니 금세 졸음이 쏟아진다. 소파에 앉아 태블릿으로 영화 리뷰를 보다 꾸벅꾸벅 졸고 나니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예전처럼 한 번 나가면 이것저것 다 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지만, 이제는 중간중간 충전이 꼭 필요하다. 그럴 때 낮잠은 참 달콤하다. 남편은 편하게 누워서 자라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맛은 소파에서 꾸벅꾸벅 조는 데 있다. "이것은 자는 것도 아니고 안 자는 것도 아니여"라는 예전 유행어가 떠오른다.
결론을 굳이 낼 필요는 없겠지만, 결국은 체력 이야기다. 반나절쯤은 거뜬히 돌아다닐 수 있는 힘을 다시 키워야겠다.
오늘 미사 때는 이렇게 기도했다.
'깨끗하고 튼튼하게 살게 해 주세요.'
그리고 회의에서 함께 읽은 내일 주일 복음 말씀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그들이 가는 동안에 몸이 깨끗해졌다.”
매일이 작은 기적이고, 그 기적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