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밤, 새로운 드라이빙

백일백장 아흔여섯

by 민희수

어두운 빗길을 운전해 본 건 정말 오랜만이다.
애초에 밤엔 잘 나가지도 않고, 나가더라도 늘 남편이 운전대를 잡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는 어둠 속 운전은 조금 긴장되면서도 새로운 감성을 자극한다.
유리창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 앞유리에 번지는 불빛들, 그리고 그 사이로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와이퍼의 리듬. 운전석 안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마치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요즘 차들은 정말 똑똑하다. 화면에 사방의 차와 사람, 도로 상황이 전부 떠서 솔직히 창문으로 보지 않아도 게임하듯 운전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예전 습관이 남아 있어서 화면보다 백미러를 신뢰한다.
그런데 오늘 생각보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백미러가 잘 안 보여서 주차할 때 화면만 믿고 시도해 봤다.

진짜 게임하는 기분이었다. 핸들을 조심조심 움직이는데 기분이 묘했다.
물론 옆 차가 ‘실제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되겠지만 생각보다 훨씬 편하고 안전하다.

조금 더 하면 금세 익숙해질 것 같다. 그리고 익숙해져야만 할 것 같다.
이건 단순한 운전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훈련 같으니까.

일론 머스크가 “앞으로는 백미러도 사라질 것”이라고 했던 이유를

비오는 오늘 밤 주차장에서 조금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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