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먹어도 늙지 않는 법

백일백장 마흔일곱

by 민희수

나이가 들수록 매뉴얼이라는 게 점점 귀찮아지고 어렵다. 자식이 없는 입장에서 나이가 더 들었을 때 옆에서 설명해 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면 벌써 불안하다. 그래서 오히려 더 부딪혀 보려고 한다. 모르면 물어보고, 또 검색하고 배워야 하니까.

작년 초 이사하면서 셀프등기를 시도했다. 공동명의에다 지분까지 복잡해 머리가 아팠지만, “못할 게 뭐 있나”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혼자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너무 헷갈려서 결국 전화를 했다. 처음 전화한 상담원은 친절했지만 필요한 답은 주지 않았다. 며칠 끙끙대다 다시 전화를 걸었는데 이번엔 목소리부터 차가운 분이 받았다. ‘그것도 모르고 셀프등기를 하냐’는 뉘앙스에 잠시 움찔했지만 속으로만 '모르니까 전화했지!' 하고는 꾹 참고 다시 상냥하게 물어보았다. 미안했던 건지 조금은 부드럽게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덕분에 나는 무사히 셀프등기에 성공했다. 남들 보기엔 별일 아닐지 몰라도 내게는 그 작은 성취가 얼마나 뿌듯했던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오늘은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되었다. 드디어 새 차가 나온 것이다. 내연기관차만 몰다 전기차를 접하니 모든 게 낯설다. 11년 된 차와는 비교할 수 없는 최신 기술이 가득하다. 운전은 남편이 했지만 언젠가는 나도 해야 하니 매뉴얼을 익혀야 하는데, 버튼은 거의 없고 대부분 태블릿 화면으로 조작해야 한다. 심지어 조수석 글로브박스 여는 방법조차 몰라서 결국 검색해서 열었다. 충전기 사용법까지 배우려니 머리가 복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다잡아 본다. 새로운 것을 겁내지 않고 경험해야 한다고. 하루라도 두뇌가 젊을 때 익혀 두면 나이가 더 들었을 때도 주저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신기술은 젊은이나 나이 든 사람이나 똑같이 처음이지 않은가.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짜 늙은이의 모습 아닐까.

나이를 먹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늙어가는 건 도전을 멈출 때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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