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면 나도 요리 유튜버!

백일백장 마흔여덟

by 민희수

건강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며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식단 관리였다. 빵순이라 거의 매일 맛있는 빵을 골라 먹는 게 낙일 정도였는데, 그 좋아하던 빵을 가장 먼저 끊었다. 거기에 더해 커피도 함께 끊었다.

그리고는 채소위주의 식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큰 찜기에 색색의 채소를 한꺼번에 넣고 쪄낸 뒤, 저염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의외로 맛이 괜찮았다. 하지만 채소는 아무리 잔뜩 먹어도 금세 배가 고파 늘 “배고프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자 그 허기도 사라졌고, 속도 편해지고 뱃살도 빠졌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마음이 차분해진 것이었다. 늘 오락가락하던 마음이 어느새 고요히 가라앉아 있었는데 아마도 카페인을 끊은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사실 요리 자체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좋은 음식을 먹고 싶다는 마음에 ‘요리 유튜버’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유튜버가 되고 싶은 열망보다 요리를 하며 보람을 느끼고 꾸준히 집밥을 챙겨 먹기 위한 구실이 필요했다.


누군가 말했듯이 ‘거지같이 시작하라’는 마음으로 핸드폰으로 내가 먹는 것을 대충 찍어 올리다가 차츰 요리 과정을 정리해서 담아보게 되었다. 연습이 따로 필요하지는 않았다. 그저 내가 먹으려고 만드는 음식을 1분짜리 쇼츠로 올렸는데 그럼에도 조회수가 나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러다 날이 더워지자 슬슬 귀찮아져서 관둬버렸다. 그리고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오늘 점심에 요즘 외식이 잦았으니 집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냉장고를 열었더니 며칠 전 사다 둔 가지와 애호박이 보였다. 냉동실에 밥도 있으니 가지호박 덮밥을 만들기로 했다. 그러자 다시 어볼까 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래, 포기한 게 아니라 잠시 쉬었던 거였지. 일단 찍어 두자. 마음이 동하면 편집해서 올리면 되니까.'


minisu20250823


특별할 것 없는 일상도 어떤 날은 지치고 피곤해 넋 놓고 지나가 버리지만, 또 다음 날 다시 힘내서 살아가면 되는 것 아닌가. 꾸준히 이어가는 힘도 중요하지만 다시 시작하는 힘도 못지않게 소중하다.

내일은 가족 모임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요리를 건너뛸 예정이지만, 월요일부터는 다시 식단 관리를 하며 건강을 챙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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