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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근 Oct 09. 2021

12년 뒤에도 지금처럼 글을 쓰고 싶다.

퇴근길에 유튜브 추천 영상을 훑어봤습니다. 무한도전 짝 편 하이라이트가 눈에 들어옵니다. 남녀가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찾는 연애 프로그램 <짝>을 패러디한 회차입니다. 한창 무한도전을 챙겨볼 때 시청했지만 다시 봐도 재미있습니다.


7명의 멤버가 번갈아 단상에 서서 자기소개를 하고 첫인상 점수를 받습니다. 키득거리며 영상을 보고 있는데, 멤버의 나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방송인 노홍철은 33살, 코미디언 유재석은 40살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저는 유재석 씨와 띠동갑입니다. 무한도전 짝 편을 볼 땐 28살이었고 지금은 38살입니다. 화면에 보이는 노홍철 씨보다 다섯 살 어린 동생이었지만 다섯 살 많은 형이 되었습니다. 1년 3개월이 지나면 화면의 유재석 씨처럼 마흔이 됩니다.


28살의 저는 유재석 씨의 활약을 바라보면서 종종 생각했습니다. '40살인데도 젊구나, 저 나이에도 쌩쌩하게 활동할 수 있구나.' 현재 유재석 씨는 반백 살이 되었지만 변함없이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1월 1일이 될 때마다 나이라는 숫자는 하나씩 커지지만 제 정신연령은 대학교를 졸업할 때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성격, 성향, 가치관, 좋아하는 음식, 상대의 말을 듣고 반응하는 방식 모두 같습니다. 어제 술을 마시면 오늘은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것, 피부가 예전보다 푸석해진 것, 머리숱이 줄어든 것 빼고는 도긴개긴입니다.


나는 그대로인데 나이라는 숫자가 나를 변한 것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왠지 모르게 정장 바지를 입어야 할 것 같고, 노란 머리로 염색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38살에서 39살로 부지런히 나아가고 있습니다. 40살이 되고 50살이 되어도 지금과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습니다. 같은 말투, 억양, 목소리로 말하고 같은 보폭으로 고 있 것 같습니다. 지금 하는 생각과 행동을 50살에도 똑같이 하고 있을 겁니다.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지면서도 섬뜩합니다. 지금 하는 행동을 12년 뒤에 똑같이 하고 있을 테니까요. 다시 말하면 지금 무엇을 하느냐가 12년 뒤에 무엇을 하고 있느냐를 결정할지도 모릅니다.



글쓰기를 생각합니다.


글을 쓰는 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어릴 때만 쓸 수 있는 글이 있고, 어른이 되어야만 쓸 수 있는 글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꾸준히 글을 쓰면 12년이 지나 50살이 되었을 때 지금보다 나은 글을 쓰리라 믿습니다. 내 생각, 습관, 태도는 지금과 같겠지만 글은 나이를 먹고 깊어질 것입니다.




변함없는 헤어 스타일, 소탈한 웃음, 좌중의 분위기를 이끄는 유재석 씨를 보면서 생각합니다. 저도 12년 뒤에 지금처럼 변함없이 글을 쓰고 싶다고요.


제가 50살이 되었을 때 62살인 유재석 씨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지금과 똑같이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을 거라 단언합니다.


내가 변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기에 오늘 하루를 소중히 보내야겠습니다. 나는 12년 뒤에 어떤 삶을 보내고 있을까요?


오늘의 내 행동이 대답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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