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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근 Jan 24. 2021

책쓰기를 시작한 그날 하루

책쓰기는 막연한 꿈이었습니다. 2008년 프로게이머로서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다시 학생으로 돌아온 순간부터 2016년까지, 8년 동안 잊을만하면 생각나고 잊을만하면 떠오르는 흐릿한 소망이었습니다.


저는 가끔 일상생활 속에서 공상에 빠졌어요. 로또에 당첨되거나 과거로 돌아가 e스포츠 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것처럼 비현실적인 생각도 했습니다. 상상의 하이라이트는 책쓰기였습니다.


독자가 내 책에 사인을 받으러 오는 모습, 인세를 받으며 기뻐하는 모습, 대중 앞에서 내 경험을 알려주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그러다 상상의 나래를 접고 피식 웃었죠.


책쓰기 책도 여러 권 읽었습니다. 왜 책을 써야 하는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 출판사가 좋아하는 원고는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 정독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읽었던 부분도 다시 읽었습니다. 책쓰기 강의를 들어야 하나 고민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때뿐이었습니다. 하루만 지나면 언제 책쓰기를 꿈꿨냐는 듯 변함없는 일상으로 돌아갔죠.




1. 책쓰기를 시작하다.


그러던 어느 날, 토요일 새벽 5시에 잠에서 깼습니다. 눈이 번쩍 떠졌어요. 뭔가에 홀린 듯이 작은 방에 가서 컴퓨터를 켰습니다. 한글을 실행했습니다. 글을 썼습니다. 목차를 구성하지 않고 글부터 썼습니다.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며 겪은 일들과 감상을 하나둘 썼습니다. 문맥은 신경 쓰지 않았어요. 생각나는 대로 손가락을 움직였습니다. A4용지 한 장쯤 쓰고 나니 10대를 대상으로 책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프로게이머라고 하면 10대가 관심이 많을 것 같았습니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계속 썼습니다. 아내가 방으로 오더니 말을 걸어왔습니다. 


"오빠, 뭐 해?" 


오전 9시였습니다. 


"응? 글 쓰고 있어. 책을 내고 싶어서." 


어리둥절한 아내는 거실로 갔고, 저는 글을 더 쓰다가 거실로 따라 나왔습니다. 제가 말했습니다. 


"글 써서 출간까지 이어지고 인세도 받으면 좋겠다." 


아내가 콧방귀를 뀌었습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는 듯이. 


"그래. 당신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지? 그럼 만약 내 책이 나와서 인세를 받게 되면 그 돈은 모두 내 용돈으로 쓸게. 그래도 돼?" 


라고 말하지 않았던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인세는 가정의 살림에 보태고 있습니다.



2. 원고를 완성하다.


그날 이후, 자유시간에는 글쓰기에 매진했습니다. 퇴근길에 어떤 내용을 쓸지 생각하고 메모한 다음 집에 와서 키보드를 두드렸습니다. 쓰지 않으면 안 될 사람처럼 썼습니다. 글을 쓰다 시계를 보면 1시간이 금방 흘렀습니다. 


2달이 지나 원고가 완성됐습니다. A4용지로 90페이지였습니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스크롤을 쭉 내렸습니다. 내가 이렇게 많은 글을 쓰다니. 어색했습니다. 제가 쓴 글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한동안 스크롤을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원고를 쳐다봤습니다. 




당신의 책은 당신의 손끝에서 나옵니다.


브런치에 처음으로 쓴 글의 제목은 '책쓰기를 위한 두 가지 준비물'이었습니다. 집념만 있으면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혹시 제가 그랬던 것처럼 상상 속에서만 본인의 책을 만지작거리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글을 쓰시기 바랍니다. 


글쓰기에 필요한 요령이나 기술은 글을 쓰면서 하나씩 배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뜨거운 마음입니다. 마음의 힘을 믿으세요. 


그리고 시작하세요. 마음이 당신을 굳건히 받쳐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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