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글을 올린 지 세 달이 지났습니다. 글을 발행하는 게 꽤 익숙해졌습니다. 제목에 사진을 집어넣고 중요한 문장은 다른 색으로 칠하는 것도 거뜬합니다.
누군가와 약속한 것도 아닌데 마냥 글을 쓰고 있습니다. 어떤 글을 쓸지 구상하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고쳐 쓰는 일상을 만끽합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는 왜 글을 쓰고 있을까?'
조금 이상한 질문입니다. 네 권의 책을 냈음에도 글을 쓰는 이유를 자문하다니요. 글감을 찾기 위해 메모장을 뒤져보다 불현듯 의문이 들었습니다. 한참을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나는 왜 글을 쓰고 있을까?'
처음 글다운 글을 쓴 건 중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글짓기 대회가 열렸고, 수업 시간이 글쓰기 시간으로 바뀌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종이를 베개 삼아 엎드려 잘 때 글을 썼습니다.
몇 주가 지나 조례 시간이 되었습니다. 모든 학생이 운동장에 모여 줄을 섰습니다. 국민체조를 마치고 교장선생님의 훈화를 들었습니다. 이윽고 글짓기 대회의 시상이 진행됐습니다. 제 이름이 불렸습니다. 얼떨결에 단상 위에 올라갔습니다. 금상이었습니다. 학창 시절 단상 위에 올라간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다음부터 글과는 담을 쌓았습니다. 대학에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프로게이머를 그만둔 뒤에는 이따금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써야지, 꼭 써야지' 다짐만 반복하다가 어느 날 진짜로 책을 썼습니다.
출간한 책이 한 권에서 네 권으로 늘어날 때까지, 다양한 목적으로 글을 썼습니다.
첫 번째 책은 무엇보다 책을 출간하겠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책을 내는 것을 목표로 글을 썼습니다. 내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 이름이 적힌 책을 서점에서 보고야 말겠다는 바람이 훨씬 컸습니다.
두 번째 책은 성공을 바라며 썼습니다. '이 기획은 대박이다. 출간만 하면 돈방석에 앉을 수 있겠다.'라고 혼자 실실 웃으며 글을 썼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회사를 그만두고 유유자적하는 삶을 꿈꿨습니다. 금방 초고를 집필했고 좋은 조건으로 계약했습니다. 그렇지만 두 번째 책은 거의 팔리지 않았습니다.
세 번째 책은 출판사로부터 먼저 제안을 받았습니다. e스포츠를 소개하는 책을 기획하고 싶은데 제가 적격이라고 합니다. 그럴 깜냥이 아니라고 두세 번 거절하다가 '에잇, 한번 해보자.'하고 썼습니다. 마감 기한이 정해진 원고를 쓰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습니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분량을 채웠습니다.
네 번째 책은 청소년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게임과 공부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책이 많이 팔리는 걸 바라긴 하지만 이제 슬슬 감이 옵니다. 인세로 삶을 영위하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책을 출간했다고 특별히 바뀌는 건 없습니다. '한 명이라도 제 책을 읽고 가슴이 두근거렸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네 권의 책이 글을 쓸 힘을 불어넣어줍니다.
자조 섞인 출간기를 늘어놓았습니다. 여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글을 썼고, 지금도 쓰고 있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았습니다.
글을 쓸 때 행복합니다. 생각을 글로 풀어놓는 순간이 좋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몰입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글을 쓸 때는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주변의 공기가 가라앉는 느낌이 좋습니다. 지치지 않고, 기쁨에 겨워 글을 쓸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글을 쓰면서 성공을 바랄 때도 있었고, 삶의 의미를 찾을 때도 있었습니다. 양팔저울에 놓인 성공과 의미의 무게는 제 마음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졌습니다. 어떨 때는 물질적인 것이 무거워졌다가, 어떨 때는 정신적인 것이 무거워졌습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글 쓰는 즐거움의 무게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은 왜 글을 쓰나요?
책을 출간하기 위해서
내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서
누군가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
남과 소통하기 위해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개인의 성향과 처한 상황에 따라 글 쓰는 목적은 다를 겁니다. 그러나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글을 쓴다는 건 행복을 찾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글을 쓰기 위해 바른 자세로 앉습니다. 머리카락을 부여잡고 단어를 떠올려 글을 적습니다. 글을 고쳐 쓰며 어휘를 익히고 더 나은 문장을 쓰기 위해 책을 읽습니다. 책 읽기를 통해 더 좋은 글을 쓰게 되고 마음도 긍정적으로 변합니다. 이런 행동이 연결, 반복되면서 충만한 삶으로 이어집니다. 글쓰기는 나를 행복으로 이끄는 마법입니다.
지금도 글을 쓰고 있는 당신을 힘껏 응원합니다.
오늘 하루도 글 쓰며 성장하는 행복을 마음껏 누리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