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 글 vs 읽고 싶은 글

쓰고 싶은 글이 좋은 글이다

by 조형근

우리는 날마다 글을 쓰고 글을 읽습니다. 글은 생각을 표현하고 전달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내가 쓰는 글은 누군가에게 영향을 줍니다. 내가 읽는 글은 내 행동에 영향을 미칩니다.


저는 글쓰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꾸준히 좋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어제보다 나은 글을 쓰는 게 목표입니다.


'글쓰기' 하면 뭔가 대단하게 느껴지지만 요즘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직장인은 보고서, 메일, 자료, 회의록, 기획안을 씁니다. 학생은 수업의 요점을 필기합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어 글로 소통하는 건 일상이 되었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인터넷 공간에 글을 올리고 댓글도 답니다.


여러 종류의 글을 쓰고 읽으며 어떤 글이 좋은 글일까 종종 생각합니다. 문법에 맞는지, 읽기 쉬운지, 내용에 깊이가 있는지 등 좋은 글이라 판단하는 관점은 그때그때 다를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필자와 독자의 관점에서 무엇이 좋은 글일지 생각해봤습니다.


쓰고 싶은 글 vs 읽고 싶은 글


둘 중에 어떤 글을 써야 할까요?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내가 쓰고 싶은 글 + 남이 읽지 않는 글


일기입니다.


일기장에는 아무 말이나 쓸 수 있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쳐도 되고 미워하는 동료를 욕해도 됩니다. 자기검열의 구속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화가 났을 때 소리를 지르면 마음이 뻥 뚫리듯이 감정을 글로 풀어내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게 장점이지만 아무도 내 글을 보지 않으니 재미가 없는 게 단점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공감받으려는 욕망이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한 글쓰기입니다. 몇 줄 되지 않는 짧은 글도 쓰고 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집니다.


2. 내가 쓰고 싶은 글 + 남이 읽고 싶은 글


최고의 조합입니다.


좁게는 SNS, 블로그, 넓게는 책 쓰기에 맞닿습니다. SNS에 글을 남기면 내 글을 읽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쓰기는 읽는 사람을 좀 더 배려한 글입니다. 책은 시장에서 거래됩니다. 돈을 내더라도 읽고 싶은 글이 책이죠. 고객의 선택을 받으려면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글을 써야 합니다.


쓰고 싶은 글이자 읽고 싶은 글은 단연 으뜸입니다. 나와 남의 관심사가 일치할 때 글은 엄청난 힘을 지닙니다. 베스트셀러를 보면 대중이 어떤 글을 읽고 싶어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책을 쓸 때는 내가 좋아하고 잘 쓸 수 있는 글과 독자가 읽고 싶은 글을 하나로 포개는 게 중요합니다. 상대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글을 쓸수록 책이 많이 읽히겠죠.


3. 내가 쓰기 싫은 글 + 남이 읽고 싶은 글


외부 압력을 받을 때는 쓰기 싫은 글도 써야 합니다. 밥벌이를 위해 글을 쓰는 기자, 평론가, 작가처럼요. 기획안을 쓰거나 보고 자료를 작성해야 하는 직장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보고서를 쓸 때는 보고를 받는 사람의 성향을 고려해야 합니다. 마음에 내키지 않아도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상대방이 읽고 싶은 글을 써야 합니다. 이런 글을 쓰는 대가로 월급을 받습니다.


즐겁게 글을 쓰려면 쓰기 싫은 글도 쓰고 싶은 글이라고 생각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어차피 해야 할 일, 웃으면서 하는 게 낫습니다.


4. 내가 쓰기 싫은 글 + 남이 읽지 않는 글

이런 글은 없을뿐더러 있어서도 안 되는 글입니다.

독자뿐만 아니라 글쓴이마저 외면하는 글이 있다면 참 슬플 것 같습니다.



네 가지 조합의 순서를 매기면 아래와 같습니다.


① 내가 쓰고 싶은 글 + 남이 읽고 싶은 글

② 내가 쓰고 싶은 글 + 남이 읽지 않는 글

③ 내가 쓰기 싫은 글 + 남이 읽고 싶은 글

내가 쓰기 싫은 글 + 남이 읽지 않는 글


내가 쓰고 싶은 글이 항상 좋은 글입니다. 아무 주제나 괜찮습니다. 길이가 짧아도 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고민하는 것을 쓰세요. 글의 중심에 내가 있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게 쉽습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면서 글쓰기에 익숙해지세요. 나아가 보폭을 넓혀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남이 읽고 싶은 글로 살짝 비틀면 금상첨화입니다.



글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나요?

아무도 내 글을 읽어주지 않을 것 같아 걱정되나요?

글쓰기가 너무 어려운가요?


어깨에 힘을 빼고 부담을 내려놓으세요. 완벽한 글은 없습니다. 설령 아무도 읽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은 스스로를 꼭 안아주는 행동이니까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자, 그것부터 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