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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근 May 06. 2021

책을 읽으며 따라 써볼까요

독서 중 필사의 세 가지 장점

책과 함께 노트를 집어 듭니다. 책상 위에 책을 두고 에는 노트를 놓습니다. 노트 사이에는 펜을 올려둡니다. 독서 준비 끝, 책을 읽습니다. 책을 읽다가 좋은 문장을 만나면 독서를 멈추고 따라 씁니다. 마치 책의 작가인 양 한 글자씩 꾹꾹 눌러쓰고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다시 책을 읽습니다.


블로그에서 '독서 중 필사' 추천받았습니다. 필사가 처음은 아닙니다. 유시민 작가의 글에 감탄해서 필사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고전 열풍이 불었을 때는 고전을 따라 쓰면 도움이 된다고 해서 베껴 쓰기도 했습니다. 책을 집필하기 전에 인용할 메시지를 모으기 위해 옮겨 적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간간이 필사했지만 습관으로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따라 쓰는 게 귀찮았습니다.  마음먹고 일주일 정도 필사하다가도 하루만 빼먹으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 다시 필사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아, 책을 읽을 때는 꼭 노트를 옆에 둬야겠구나. 그동안 책을 대충 읽었구나.'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습니다.


필사에는 여러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책을 읽음과 동시에 필사하는 것을 이야기려고 합니다.


독서에 필사를 곁들이면 어떤 점이 좋을까요? 세 가지 장점을 소개합니다.                                              


1. 책에 몰입한다.


단순히 책을 '읽는'다고 삶이 변하는 건 아닙니다. 책을 읽으면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는데 주의해야 합니다. 만약 책을 읽고 머리, 가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면 시간을 낭비한 것입니다. 지식을 함양하든, 정보를 탐색하든, 마음을 치유했든 가가 변해야 합니다.


열심히 책을 읽었지만 행동이 바뀌지 거나 어떤 글을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십중팔구 집중하지 않고 책을 읽었을 때였습니다. 책을 읽으며 교양을 쌓았다고 우쭐댔지만 투자한 시간 대비 얻은 과실은 볼품없었습니다.


'좋은 문장을 찾으면 필사하겠다'는 자세는 책을 필사적으로 읽게 만듭니다. 눈과 입술에 힘이 들어갑니다. 필사할 문장을 찾기 위해 책을 읽는 느낌마저 듭니다.


필사하는 순간 책과 나는 하나가 됩니. 집중해서 읽고 따라 쓴 글은 두뇌에 오래 저장됩니다. 짜릿한 전율을 느끼고, 빙그레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이 많아질수록 제대로 책을 읽고 있는 것입니다. 손에 쥔 펜이 책에 집중하도록 돕습니다.                                              


2. 언제든지 좋은 문장을 들춰볼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란 색연필을 손에 쥐고 책을 읽었습니다. 좋은 문장을 면 표시하겠다는 심산으로요. 마음에 와 닿는 문장에 밑줄을 긋고 되뇌었습니다. 문장 밑에 노란 음영이 생겼지만 그때뿐이었습니다. 같은 책을 다시 읽기 전까지는 노란 문장과 재회할 수 없었습니다.


강원국 작가의 《나는 말하듯이 쓴다》를 읽으며 필사했습니다. 책장 사이에 책갈피를 끼우고, 시간이 지난  다시 읽기 전에 먼저 필사 노트를 펼쳤습니다. 주문을 외우듯 노트에 쓰인 문장을 속삭였습니다. 읽고 쓰고 다시 독백했습니다. 필사 노트에는 제가 기록한 책의 정수가 담겨있었습니다.


3. 글쓰기의 토양이 된다.


책에는 깔끔하게 정돈된 문장이 진열됩니다. 오타, 비문, 모호한 문장은 걸러지고 반듯한 문장이 담깁니다. 좋은 문장을 보고 따라 쓰는 것은 근사한 글쓰기 훈련입니다. 베껴 쓰며 훔친 문장은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여 글을 쓰는 순간 참고하라며 툭 튀어나옵니다.


영어 공부할 때 미드에 나오는 배우 입모양을 그대로 따라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짧은 대사를 여러 번 반복해서 말하며 내 것으로 체화시킵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쓰기 네이티브 스피커라고 할 수 있는 훌륭한 작가의 글을 필사하는 것은 작가에 가까워지는 지름길입니다. 저자는 주어, 동사, 조사, 부사, 접속사 모두 허투루 쓰지 않습니다. 떠오르지 않는 문장과 사투하며 고심 끝에 한 문장씩 씁니다. 몇 번이고 글을 고치고 가다듬습니다. 이런 문장을 따라 쓰니 글쓰기가 느는 건 당연합니다.




앞으로 책을 읽을 때는 펜과 노트를 챙기기로 다짐했습다. 고수의 글을 읽고 필사하면 더욱 성장 거라는 긍정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다행히 지난 두 달 동안 습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블로그, 브런치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책과 글을 좋아하는 이웃을 만나지 않았다면,


깨닫지 못했을 것입니다. 필사가 유익하면서도 즐겁다는 사실을.


지금도 치열하게 책을 읽고 필사하고 있을 이웃에게 감사와 함께 응원을 전하고 싶습니다.

가 그들의 글에 영향을 받았듯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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