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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근 Jul 10. 2021

글쓰기는 누구에게나 어렵습니다

전업 작가에게도 어려운 '글쓰기'

어젯밤부터 오늘 새벽까지 어떤 글을 쓸지 갈피를 잡지 못했어요. 글 쓰고 싶은 욕망은 끓어오르는데,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모르는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고구마를 먹고 목이 막힌 느낌이에요.


유튜브에서 ‘마음이 평온해지는 피아노 선율’이라는 다섯 시간짜리 음악을 틀었어요. 새하얀 모니터를 보다가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하늘색 창밖을 보길 반복해요. 모니터보다 창밖이 그나마 나아요. 가끔 비둘기가 날아올라 하늘에 점을 찍으니까요. 모니터는 여전히 눈처럼 하얘요.


생각 끝에 화면 위에 글을 올리기 시작해요. 하얀 바탕이 검정 글자로 채워지면 꽉 막힌 목구멍이 콜라를 마신 듯 뻥 뚫려요. 글을 쓰는 시간보다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하는 데 더 오래 걸릴 때도 많아요. 글쓰기는 쉬우면서도 참 어려워요.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고민하는 일은 글쓰기를 힘들게 만드는 벽이에요. 하루 이틀이야 그럭저럭 참을 수 있지만 열흘, 한 달이 넘으면 막막해져요.


‘나는 역시 글쓰기에 소질이 없어, 내가 무슨 글이람.’

하고 글쓰기를 포기해요.


하지만 누구에게나 글쓰기는 힘들고 두려워요. 나만 어려운 것이 아니에요. 모두가 똑같이 백지를 쳐다보며 진땀을 흘리고 있어요.


고민하는 건 당연해요. 무엇을 쓸지 씨름하는 것도 글쓰기의 일부니까요. 글을 잘 쓴다고 인정받는 작가들도 글쓰기의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다. 원래 글쓰기는 어려운 것이고, 남들도 어렵다.

본래 글쓰기는 재미없고 힘들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다. 백지를 응시하는 고통이 따른다.

강원국, ≪강원국의 글쓰기≫


지금까지 베스트셀러만 출간한 강원국 작가도 백지를 응시하며 고통받고 있어요.


말하는 두려움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말하는 것이다.

강원국, 나는 말하듯이 쓴다≫


‘말’을 ‘글’로 바꿔도 뜻이 통해요.


더 나은 사람이 되려면 우리는 실수와 한계를 드러내는 일에 두려움을 갖지 않아야 한다. 가장 많은 실수를 드러내는 사람이 ‘가장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그것들을 보여주는 건 자랑스러운 일이지, 부끄러워할 이유가 아니다.

팀 페리스, 타이탄의 도구들≫


부족한 글이어도 괜찮아요. 글을 쓰는 건 자랑스러운 일이에요.

무언가를 쓰면 무언가를 배울 수 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해요.


가끔,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백지 앞에서 아득하다. 참으로 얄궂다. 쓰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데 쓰기 전엔 불가능해 보인다.

은유, <쓰기의 말들>


수평선 너머로부터, 내가 기다리는 새로운 언어는 날아오지 않았고, 내가 바다 쪽을 바라보는 시간은 날마다 길어졌다. 나는 조금씩 일했고 많이 헤매었다. 나의 일은 글을 쓰는 것이었는데, 일보다 헤매기가 더 힘들었다.

집으로 돌아갈 때 나는 느낌으로 가득 차서 여관으로 돌아간다.

내 느낌은 대부분 언어화되지 않는다.

김훈, <라면을 끓이며>


은유 작가, 김훈 작가의 글에 위안을 받아요. 그들의 고백이 제 고민과 겹쳐져요.

그들도 글을 쓰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습니다.


글쓰기의 어려움은 나만 느끼는 게 아니에요. 글 쓰는 모든 사람이 하나같이 공유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에요. 첫 문장을 쓰고, 한 편의 글을 완성하면서 어려움은 즐거움으로 바뀌어요. 어려움보다 즐거움이 더 크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도 두 손을 키보드 위에 올려요.



‘정신승리법’이 필요할 때가 있다. 글쓰기가 힘이 들 때, 어려움을 참고 견디면서 글을 써야 할 때 그런 것이 있으면 좋다. 글을 읽고 쓸 수 있다는 것은 문명이 선사한 축복이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한껏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글쓰기 훈련이 덜 고되게 느껴진다. 이것이 내가 직업적 글쟁이로서 자주 쓰는 정신승리법이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글쓰기의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이겨내는 것은 성취이자 성장이에요.

글 쓰는 게 힘들더라도,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떠오르지 않더라도 좌절하지 마세요.


이 어려움은 이겨낼 수 있는 어려움이며 누구나 느끼는 것이니까요.


오늘도 글을 쓰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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