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3일, 브런치에 첫 글을 쓰고 지금까지 틈틈이 글을 발행하고 있어요.
지금은 일주일에 한 편 정도 글을 올려요. 날마다 글을 쓰진 않지만 어떤 글을 쓸지는 늘 생각해요. 글쓰기를 생각하지 않으면 뭔가 해야 할 일을 안 한 기분이 들어요. 지금까지 네 권의 책을 냈지만 책을 쓸 때만 글을 썼어요. 초고 쓰고, 퇴고하고, 책을 출간하면 다음 책을 쓸 때까지 글을 쓰지 않았어요. 오로지 책을 출간하기 위한 글쓰기였어요.
글을 쓸 때는 책도 꽤 읽었지만 글을 쓰지 않을 때는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아요. 책을 좋아하지만 읽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어요. 회사 일에 치이고 육아에 지쳐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핑계를 댔어요.
바쁜 하루 속 짬을 내서 브런치에 글을 쓰는데, 신기하게 독서량이 다시 늘었어요. 읽기가 쓰기의 단짝인 양 손을 잡고 따라왔어요. 두 손이 맞아야 손뼉 소리가 나듯 읽기는 쓰기를 불렀어요.
희한해요.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란데, 글쓰기를 하니 읽는 시간까지 늘어난다는 것이요.
하나둘 글을 쓰니 더 잘 쓰고 싶고, 글을 잘 쓰고 싶어서 책을 읽게 돼요. 책장을 넘기며 좋은 문장을 따라 적고, 나라면 어떻게 쓸까 생각해요.
제게는 여섯 살 딸이 있어요. 불과 여섯 달 전만 해도 딸이 깨어있을 때는 책을 읽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틈만 나면 딸이 소꿉놀이하자고 보채니 쉬어도 쉬는 게 아니었어요. 딸이 뽀로로를 볼 때 쉬었어요. 긴 시간은 아니니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멍 때렸어요.
글을 쓰니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강해졌어요. 주말에 얼마나 책을 읽을 수 있는지 시험해봤어요. 딸이 저를 찾을 때는 딸의 요구를 받아주되, 딸이 저를 찾지 않는 시간에는 책을 읽었어요.
결과는 놀라웠어요. 하루에 책 한 권을 다 읽었어요. 딸이 놀자고 할 때 같이 놀았음에도요.
딸보다 먼저 밥을 먹고 쉬는 시간
딸이 뽀로로와 한글이 야호를 보는 시간
아내가 딸과 노는 시간(^^)
변기에 앉아 있는 시간
딸이 혼자 노는 시간(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ㅎㅎ)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긁어모았더니 하루에 한 권의 책을 다 읽고도 남았죠.
그때 깨달았어요. 내가 무엇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없는 시간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요.
글을 쓰니 읽는 시간이 간절해졌어요. 그렇게 읽기는 쓰기의 밑거름이 되었어요. 읽은 것을 쓰고, 쓰기 위해 읽는 게 익숙해졌어요.
쓰는 것과 읽는 것은 분리되지 않는다. 읽지는 않고 쓰기만 하는 사람은 없다. 읽었으니 쓰고, 쓰려면 읽어야 한다.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고미숙
읽기는 글감을 찾는 데에도 도움이 돼요. 책을 읽고 떠오르는 생각은 글감으로 진화해요.
'나라면 이렇게 쓸 텐데'라고 바꿔 쓸 수도 있고 '나는 다르게 생각하는데'라며 반대로 쓸 수도 있어요.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모두 글쓰기의 재료가 돼요.
이 글도 고미숙 작가의 책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읽는 이유는 쓰기 위해서다.
≪나는 말하듯이 쓴다≫, 강원국
글을 읽으면 글을 쓰게 되고 글을 쓰면 글을 읽게 되는 선순환에 들어서요. 쓰기와 읽기는 엉겨 붙어 나중에는 뭐가 먼저인지 모르게 돼요.
거꾸로 말하면, 읽지 않고 쓰기는 어려워요.
'글을 쓰는 데에도 턱없이 시간이 부족한데 책까지 읽을 시간은 없어. 글쓰기에 집중할 테야.'
라고 생각하나요. 짧게 보면 그럴지도 몰라요. 하지만 길게 보면 정반대예요.
글을 쓰면서 책을 읽어보세요. 읽기는 쓰기의 밀도를 높여요.
쓰기만 한 사람과 쓰기와 읽기를 병행한 사람의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벌어져요.
오랫동안 글을 쓰고 싶다면 책을 읽으세요. 책을 읽고 글 쓰고 싶은 열망을 느끼세요.
읽기를 바탕으로 쓰기의 영역도 확장해보세요. 분야의 경계를 허물고 합쳐보세요. 글 쓰는 속력은 빨라지고 글의 깊이는 깊어질 거예요. 쓰기와 읽기의 선순환 고리 속으로 첨벙 빠져보세요.
책 읽기에 가장 좋은 시간은 '지금 당장'이다.
≪책쓰기는 애쓰기다≫, 유영만
글쓰기에 가장 좋은 시간도 '지금 당장'이 아닐까요.
읽기와 쓰기는 한 몸이니까요. 이 글을 읽은 당신이 글을 쓰리라 믿어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