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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근 Aug 02. 2021

필력은 정직하다.

이기주 작가의 《여전히 글쓰기가 두려운 당신에게》를 읽었어요. 도서관에서 글쓰기 책을 고르다가 눈에 밟힌 책이에요. 이기주 작가의 책은 여러 권 읽었어요. 《언어의 온도》, 《말의 품격》, 《글의 품격》을 읽으며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사람의 글에는 저마다의 문향이 담긴다는 저자의 말처럼, 섬세하고 포근한 문장이 좋았어요. 이기주 작가의 책은 제게 글쓰기 선생님이 되었어요.


《여전히 글쓰기가 두려운 당신에게》는 2015년에 발간된 책이며, 이후에 쓰인 책의 토대가 된 것 같아요. 6년 전 책이지만 여전히 곱씹을 내용이 많아요. 저자의 글은 변함없이 단정해요.


책을 다 읽었어요.

책장을 덮고 잠시 책 내용을 되짚어봤어요.

그리고 가만히 생각했어요.


이 책보다 뒤에 쓰인 책이 더 좋다는  느꼈어요. 어떤 점이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저자의 문체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고, 글도 훌륭한데 말이에요. 무엇이 차이를 만들었을까. 저는 글쓰기에 축적한 시간의 차이라고 봐요.


글쓰기는 지난한 일이에요. 써도 써도 힘들어요. 무엇보다 나를 가장 괴롭히는 건 필력이 느는지 알 수 없다는 이에요. 어제와 오늘이 다른 것 같지 않고, 오늘과 내일도 별 차이 없을 것 같아 보여요.


아무리 글을 많이 써도 필력이 늘지 않는다고 느낄지도 몰라요. 하지만 힘주어 말하고 싶어요. 글쓰기를 거듭하면 '반드시' 글이 좋아진다는 것을요. 많이 쓰면 쓸수록 '틀림없이' 글이 좋아집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어요. 내 이름이 적힌 책을 출간하겠다는 꿈을 꿨어요. 책 쓰기 책을 읽으며 꿈을 선명하게 그렸고, 꼭지를 하나씩 쓰면서 꿈에 한 발자국씩 다가갔어요. 고독한 책 쓰기를 마치고 출간 계약서에 사인한 뒤 생각했어요.


'나는 참 글을 잘 쓰는 것 같아.'


내 글에 도취해 책이 나오기 전까지, 한동안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양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어요. 정말 잘 썼다고 생각한 첫 책을 실제로 마주했을 때 느낌이 어땠을까요?


진짜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어설프게 글을 썼다니'


문장의 연결이 어색한 건 둘째 치고, 제 책을 읽고 맞춤법, 띄어쓰기를 잘못 아는 독자가 있을까 걱정될 정도였어요. 내 글이 너무나 못나 보였어요.


브런치 글도 같아요. 한두 달 전 글을 읽으면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보여요. 글을 쓸 때는 미처 몰랐던 거죠. 예전 글을 읽으며 '왜 이렇게 이상하게 썼지'하고 스스로를 타박하는  그만큼 필력이 늘었다는 증거예요.




티끌 모아 태산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필력만큼 정직한 건 없어요. 정직하게 걸음씩 오르다 보면 정상에 도착해요. 힘겹게 오를 때는 주변이 보이지 않지만 잠시 쉴 때 아래를 보면 깨달아요. 어느덧 이렇게 높이 올라왔다는 것을요.


'필력이 늘지 않아 힘들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글을 쓰는 사람 모두 똑같은 고민을 해요. 적은 노력을 들여 많은 성취를 이루려고 해요. 허나 그런 방법은 없어요. 이기주 작가는 말합니다.


"글쓰기에 왕도(王道)는 없다. 정도(正道)만 있을 뿐이다."


글쓰기에 요행은 없어요. 꾸준히 쓰는 게 최고이자 유일한 방법이에요. 베스트셀러 작가인 이기주 작가의 글도 시간을 동력 삼아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어요.


저도 바라요. 훗날 이 글을 다시 읽었을 때 못난 점을 잔뜩 찾기를요. 그날이 오길 염원하며 오늘도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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