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5시 50분, 알람 소리에 무거운 몸을 일으켜요. 출근 준비를 해야 해요. 눈을 반쯤 감은 채로 욕실로 걸어가요. 샤워기로 몸에 물을 적시고 머리를 감으려는 찰나 위화감이 들어요.
'아, 맞다. 샴푸 다 썼는데..'
샴푸 통의 입구를 쿡쿡 눌러보지만 샴푸 액이 나올 리 없어요. 어쩔 수 없이 비누로 머리를 감아요. 저녁에 퇴근한 뒤 꼭 새 샴푸로 바꿔놓겠다고 다짐하면서요. 다음 날, 또 텅 빈 샴푸 통의 입구를 눌러대요.
샤워를 끝내자마자 샴푸를 새것으로 바꿔놓으면 될 텐데, 그게 잘 안 돼요. '나중에 해야지' 하고 미루다가 잊어버려요. 그리고 다음 날 욕실에서 한숨을 쉬어요. 빈 샴푸 통을 눌러대며 인상 쓸 시간에 몸을 움직이면 되는데. 타이밍을 놓친 저는 한동안 아침마다 같은 짓을 반복했어요.
글쓰기는 타이밍이 생명이에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부풀었을 때 바로 움직여야 해요. 휴대전화를 꺼내 메모장을 실행하세요.
'이거 쓸만한 글감이겠는걸. 나중에 각 잡고 써야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중은 안중에도 없게 돼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금세 달아나거든요. '나중에 써야지'는 '내일 써야지'가 되고 내일은 모레가 돼요. 미룰수록 더 미뤄져요.
글을 쓰는 최적의 타이밍은 언제일까요? 맞아요. 바로 지금이에요. 전철을 타는 순간, 카페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순간, 책을 읽다 설레는 문장을 마주한 순간, '지금'을 놓치지 않고 움켜쥐세요. 그리고 백지에 그 마음을 흩뿌리세요.
강원국 작가는 《강원국의 글쓰기》에서 말해요.
"나중은 없다. 지금만 있을 뿐이다. 글쓰기에도 나중이란 없다. 기다린다고 써지지 않는다. 일단 시작해야 한다."
글 쓸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지 마세요.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서 날마다 글을 쓰는 것은 대단해요. 하지만 마음이 일었을 때 곧장 쓰는 게 제일이에요. 특정한 조건을 갖추고 글을 쓰지 말고 언제 어디서든 한번 써보세요.
쓰고 싶은 마음이 들자마자 바로 글을 쓸 때가 가장 즐거워요. 히죽거리며 하고 싶은 말을 적을 때는 술술 써져요. 2,000자를 쓰는 데 30분이 안 걸릴 때도 있어요.
글을 쓰고 싶을 때 바로 쓰기 위해서는 항상 글을 쓸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두어야 해요. 환경에 나를 맞추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글을 쓸 수 있도록 환경을 내게 맞춰보세요.
부담을 내려놓으세요. 잘 쓰겠다, 훌륭한 글을 쓰겠다는 생각은 '바로 쓰기'를 가로막아요. 글을 쓰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서 글을 쓰는 건 그 자체로 기적이에요.
조지 버나드 쇼는 말했어요.
"쓰기 전까지는 내가 무엇을 쓸지 몰랐다."
무엇을 쓸지 고민하기보다 쓰고 싶은 마음을붙잡는 게 먼저예요.형식과 내용일랑 제쳐두고,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를 놓치지 마세요.
지금도 흘러가고 있는 '지금'을 붙잡고 한바탕 글을 써보면 어떨까요. 스스로 무릎을 탁 칠 정도로 멋들어진 글을 쓸지, 누가 아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