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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근 Jul 30. 2021

지금 쓰세요.

오전 5시 50분, 알람 소리에 무거운 몸을 일으켜요. 출근 준비를 해야 해요. 눈을 반쯤 감은 채로 욕실로 걸어가요. 샤워기로 몸에 물을 적시고 머리를 감으려는 찰나 위화감이 들어요.


'아, 맞다. 샴푸 다 썼는데..'


샴푸 통의 입구를 쿡쿡 눌러보지만 샴푸 액이 나올 리 없어요. 어쩔 수 없이 비누로 머리를 감아요. 저녁에 퇴근한 뒤 꼭 새 샴푸로 바꿔놓겠다고 다짐하면서요. 다음 날, 또 텅 빈 샴푸 통의 입구를 눌러대요.


샤워를 끝내자마자 샴푸를 새것으로 바꿔놓으면 될 텐데, 그게 잘 안 돼요. '나중에 해야지' 하고 미루다가 잊어버려요. 그리고 다음 날 욕실에서 한숨을 쉬어요. 빈 샴푸 통을 눌러대며 인상 쓸 시간에 몸을 움직이면 되는데. 타이밍을 놓친 저는 한동안 아침마다 같은 짓을 반복했어요.


글쓰기는 타이밍이 생명이에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부풀었을 때 바로 움직여야 해요. 휴대전화를 꺼내 메모장을 실행하세요.


'이거 쓸만한 글감이겠는걸. 나중에 각 잡고 써야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중안중에도 없게 돼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금세 달아나거든요. '나중에 써야지'는 '내일 써야지'가 되고 내일은 모레가 돼요. 미룰수록 더 미뤄져요.



글을 쓰는 최적의 타이밍은 언제일까요? 맞아요. 바로 지금이에요. 전철을 타는 순간, 카페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순간, 책을 읽다 설레는 문장을 마주한 순간, '지금'을 놓치지 않고 움켜쥐세요. 그리고 백지에 그 마음을 흩뿌리세요.


강원국 작가는 《강원국의 글쓰기》에서 말해요.


"나중은 없다. 지금만 있을 뿐이다. 글쓰기에도 나중이란 없다. 기다린다고 써지지 않는다. 일단 시작해야 한다."


글 쓸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지 마세요.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서 날마다 글을 쓰는 것은 대단해요. 하지만 마음이 일었을 때 곧장 쓰는 게 제일이에요. 특정한 조건을 갖추고 글을 쓰지 말고 언제 어디서든 한번 써보세요.


쓰고 싶은 마음이 들자마자 바로 글을 쓸 때가 가장 즐거워요. 히죽거리며 하고 싶은 말을 적을 때는 술술 써져요. 2,000자를 쓰는 데 30분이 안 걸릴 때도 있어요.




글을 쓰고 싶을 때 바로 쓰기 위해서는 항상 글을 쓸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두어야 해요. 환경에 나를 맞추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글을 쓸 수 있도록 환경을 내게 맞춰보세요.


부담을 내려놓으세요. 잘 쓰겠다, 훌륭한 글을 쓰겠다는 생각은 '바로 쓰기'를 가로막아요. 글을 쓰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서 글을 쓰는 건 그 자체로 기적이에요.



조지 버나드 쇼는 말했어요.

"쓰기 전까지는 내가 무엇을 쓸지 몰랐다."


무엇을 쓸지 고민하기보다 쓰고 싶은 마음을 붙잡는 게 먼저예요. 형식과 내용일랑 제쳐두고,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를 놓치지 마세요.


지금도 흘러가고 있는 '지금'을 붙잡고 한바탕 글을 써보면 어떨까요. 스스로 무릎을 탁 칠 정도로 멋들어진 글을 쓸지, 누가 아나요. (^^)


지금을 부여잡는 하루를 보내시기 바라며, '지금 글쓰기'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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