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회사 업무로 사람 앞에서 발표하는 게 어려워요.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는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요. 며칠 동안 신경성 소화불량에 시달려요. '상사는 보고를 받고 어떤 생각을 할까. 오늘은 상사의 기분이 맑음이면 좋겠다.' 제가 통제할 수 없는 것까지 걱정해요.
떨리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발표날 아침이 되면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해요. 발표 직전에는 손바닥과 발바닥의 땀샘이 열려요. 떨고 있는 걸 들키기 싫은데, 부들부들 흔들리는 레이저 포인터가 긴장한 제 마음을 보여줘요.
드디어 발표를 시작해요. 횡설수설하면서 어색한 웃음을 지어요. "하하하.." 머릿속은 백지장이 되죠. 도망가고 싶어요.
하지만 이 순간은 잠깐이에요. 5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이 상황에 익숙해져요. 어느덧 페이스를 되찾고 평소처럼 말하게 돼요.
발표를 준비하고, 발표하는 순간까지가 가장 힘들어요. 발표를 시작하면 결과가 어떻든 끝을 보게 돼요. 발표를 진행하면서 마음이 놓이고 불편했던 속이 편해져요. 발표를 준비하면서 쌓인 체증을 풀어요.
어떤 일이건 처음이 제일 어려워요. 첫 단추를 끼우면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예요. 처음 5분은 힘들지만 5분만 지나면 언제 이런 고민을 했냐는 듯적응하죠.
글쓰기도 마찬가지예요.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초안) 쓰기예요. 형식, 분량, 내용, 문법을 무시하고 일단 써야 한 편의 글을 완성할 수 있어요.
일단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맞아요. 지금, 이 순간 아무 말이나 써야 해요. 처음 5분이 골든 타임이에요. 딱 5분만 몰입해보세요. 5분만 집중하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글을 쓸 수 있어요.
내 몸을 글 쓰는 곳으로 집어넣으세요.
요즘 자주 글쓰기를 생각해요. 좋은 글감이 떠오르면 휴대전화에 메모하고, 글의 핵심 문장을 미리 써놓기도 해요. 글을 생각하고 글을 쓰지만 글쓰기는 매번 만만치 않아요. 내 생각을 말하듯이 쓰면 되는데 그게 잘 안돼요. 글을 쓰고 싶은데 쓰기 싫을(?) 때도 있어요.
그래서 5분 동안 집중할 수 있는 곳을 찾아요. 5분만 글을 쓰면 50분 동안 쓸 수 있는 걸 알거든요. 저는 하나의 행동 패턴을 만들었어요. 글을 꼭 쓰고 싶은 날에는 집 앞 카페에 들러요.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요. 그리고 글을 써요. 5분 동안 글을 쓰면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글이 글을 부르며 한 시간 동안 글을 써요.
자신만의 글쓰기 패턴을 만들어보세요. '이곳에서만큼은 반드시 글을 쓰겠다.'라는 장소를 정해보세요. 5분만 집중할 수 있는 곳으로요.
부담을 내려놓으세요.
전업 작가, 기자, 평론가처럼 글 쓰는 게 내 직업이면 몰라도 평범한 사람에게 글을 쓰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글쓰기에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해요. 눈, 손, 뇌가 모두 텅 빈 백지를 노려봐야 하죠. 앞뒤 맥락을 고려해서 글을 구조를 짜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고요. 쓰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어려워요.
글쓰기는 어려워요. 그냥 어려운 게 아니에요. 무진장 어려워요.
그렇기에 부담을 내려놓아도 괜찮아요. 아무도 우리에게 글을 쓰라고 강요하지 않아요. 꼭 잘 쓸 필요도 없고요. 어려운 일을 무릅쓰고 행동하는 당신은 대단한 사람이에요.
하고 싶은 말을 한 문장만 써보세요. 한 문장도 글쓰기예요. 한 문장이 모여 열 문장이 되고 한 권의 책이 돼요. 어깨에 힘을 빼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손가락을 움직여보세요.
글쓰기는 마냥 편하지 않아요. 어떤 날은 손가락이 머리를 쫓아가지 못할 정도로 신나게 쓰지만, 어떤 날은 돌이 된 것처럼 아무것도 쓰지 못해요.
그럴 때는 생각해요. '5분 동안 한 문장만 써보자. 5분이 지나도 써지지 않으면 오늘은 포기하자.' 이렇게 생각하면 희한하게 글이 써져요. 첫 문장의 마침표를 찍으면 그날 글쓰기는 어떻게든 마무리돼요.
글쓰기는 시작이 제일 어려워요.
의자에 정자세로 앉는 게 가장 어렵고, 한글을 실행하는 게 그다음으로 어려워요. 여기까지만 하면 90%는 성공이에요.
이제 남은 건 하나예요.
5분 동안 첫 문장을 써보세요. 남은 10%가 자연스럽게 채워져요.
시간이 지나, 어느덧 한 편의 글을 보며 웃는 나를 만나게 될 거예요. 글이 써지지 않을 때 활용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