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형근 Aug 17. 2021

오늘을 쓰세요.

'오늘은 뭘 쓰지?'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같은 곳에서 깜빡거리는 커서를 쳐다보는 시간이 1분, 2분, 5분이 넘어갑니다. 글을 쓰고 싶은데 뭘 써야 할지 몰라서 아무것도 못 쓰기도 합니다. 저만 그런 건 아닙니다. 전업 작가에게도 글쓰기는 어렵습니다.


막막할 때는 글감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립니다. 다른 사람의 글에서 힌트를 얻거나 글감을 모아둔 메모장을 열어봅니다. 이러나저러나 마음에 쏙 드는 글감을 찾기란 어렵습니다. 글 쓰는 것도 힘든데 무엇을 쓸지 정하는 것도 만만치 않네요.


저와 똑같이 고민하는 분에게 조언합니다. 점점 게을러지는 제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오늘 겪은 일을 써라"




우리의 하루는 항상 다릅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보낸 모든 하루는 고유한 하루였습니다. 똑같아 보이는 하루지만 모두 새로운 하루였습니다. 하늘색도, 구름의 모양도, 잎사귀의 흔들림도, 내 눈빛 모두 달랐습니다.


그날그날 보고, 읽고, 듣고, 먹고, 만지고, 느끼는 것이 다릅니다. 매일매일 변하는 하루의 줄거리는 나만이 쓸 수 있는 유일한 글감입니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가 뭘까요?

잘 쓰려는 욕심 때문입니다. 국가, 사회, 정의와 같은 거창한 담론을 써야 글다운 글인 것 같은 착각이 글쓰기를 어렵게 만듭니다. 처음부터 칼럼, 평론을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쉬운 글을 써야 어려운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단순한 글을 써야 복잡한 글도 쓸 수 있습니다.




두려움은 과욕에서 태어납니다. 두려움의 배후에는 조급함이 있습니다. 어제의 나보다 더 글을 써야 한다는 욕심, 남보다 잘 써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는 순간, 마음속에 두려움의 싹이 틉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을 기록해보세요. 아침에 먹은 치즈 샌드위치, 동료와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며 나눈 대화, 퇴근길에 마주한 노을, 저녁에 만든 두부조림, 잠옷으로 갈아입고 펼친 책, 자기 직전에 본 예능프로그램 전부 훌륭한 글감이 됩니다.


글감에는 좋고 나쁨이 없습니다.

내가 쓰는 글의 주제는 모두 나만의 근사한 글감입니다. 나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듯, 나와 같은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대단한 걸 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문맥이 어색해도 되고 글의 길이가 짧아도 됩니다. 무엇을 쓰느냐보다 아무거나 쓰는 게 우선입니다.


'오늘은 뭘 쓰지?'


질문 속에 답이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필력은 정직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