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형근 Aug 19. 2021

전업작가가 되면 행복할까

저는 직장인이자 작가입니다. 직장에서는 일을 하고 직장 밖에서는 글을 씁니다. 2016년 7월부터 네 권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네이버 블로그,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글을 씁니다. 글을 쓰면서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단어와 단어를 조합하는 게 재밌습니다. 가끔 제가 쓴 글을 보고 혼자 감탄할 때도 있습니다. 스스로 동기부여하면서 글쓰기에 흥미를 붙입니다.


글쓰기를 좋아하다 보니, 간혹 '전업작가가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칩니다. 글만 쓰면서도 사는 데 필요한 돈을 벌 수 있는 삶.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삶일 겁니다. 눈을 감고 전업작가가 된 제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전업작가는 말 그대로 글 쓰는 게 본업인 사람입니다. 글을 써서 돈을 벌고 생계를 꾸립니다. 소설가, 시인, 드라마 작가 등이 해당하겠죠.


오로지 글만 쓰며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지 않는 이상 인세 수익도 고만고만하고요. 네 권의 책을 쓴 저는 한 달에 10만 원 남짓한 인세를 받고 있습니다. 만약 글만 쓰면서 회사에서 받는 월급만큼 돈을 벌 수 있다면? 내일이라도 사직서를 제출할 용의가 있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전업작가가 되었을 때 글을 쓰는 게 지금처럼 즐거울지도 걱정됩니다. 지금은 글을 쓰고 싶을 때 편하게 씁니다. 손 가는 대로 글을 쓰면서 스트레스를 풉니다. 아무도 일요일 19시까지 원고를 보내라고 재촉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닥치거나 마감에 쫓긴다면 과연 글쓰기가 즐거울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0대 초반, 게임이 좋아 프로게이머로 활동했습니다. 날마다 12시간씩 스타크래프트를 했지만 프로게이머가 되기 전보다 게임은 재미없었습니다. 게임하는 게 힘들 때도 많았습니다. 이기는 데 모든 정력을 쏟아야 했고 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쳤습니다. 게임 자체를 즐기기보다 승리하는 데 온 신경을 집중했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웃는 순간은 이겼을 때뿐이었습니다.


글쓰기도 똑같을 겁니다. 외부의 압박을 받으며 글을 쓰면 즐거움은 반감됩니다. 글 쓰는 게 재미있는 이유는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쓰고 싶을 때 자유롭게 글을 쓰니 얼마나 신납니까. 글쓰기가 본업이 되는 순간 글쓰기는 점점 재미없어질 겁니다. 억지로 쓰는 글에 재미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전업작가가 되는 꿈을 포기하지는 않을 겁니다. 어떤 일을 하든 스트레스는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왕이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싶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계속 글을 쓸 생각입니다. 작가의 벌이가 직장인의 벌이를 넘어서는 순간이 오기를 꿈꿉니다. 현실과 이상 사이를 지그재그로 오가며 한 걸음씩 이상에 다가가고 싶습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꿈이 이루어질 거라 믿습니다. 전업작가가 되어 즐겁게 글만 써도 되는 그날을 상상합니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갑니다. 이런 희망을 품으니 글쓰기가 더 재밌습니다.



자, 공상은 여기까지.

미래에 글만 쓰는 날을 꿈꾸며 오늘도 현실에 주어진 일을 처리하러 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을 쓰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