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쓴다는 것은 잘 생각하는 것이다. 몽테뉴, 《수상록》
글쓰기는 머릿속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는 일이다. 생각하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다. 지금 글을 쓰는 이유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어떤 글을 쓸지 생각'했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생각을 해야 한다. 푹 익은 생각을 담은 문장에는 감칠맛이 난다. 음미하고 곱씹고 싶어진다.
어떤 글이 좋은 글일까?
좋은 글은 읽는 이를 변화시키는 글이다.
감동을 주거나 평소에 떠올리지 못한 아이디어를 포착하게 하는 글이 좋은 글이다. 몰랐던 것을 깨우치고 새로운 시도를 하게 만드는 글이 좋은 글이다.
좋은 생각에서 좋은 글이 나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좋은 생각이란 무엇인가? 어떤 생각을 글로 썼을 때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생각의 꼬리를 생각이 문다. 고민 끝에 좋은 생각의 정의를 내려본다.
남과 다른 생각은 언제나 좋은 생각이다.
독창적인 생각은 신선한 충격과 깨달음을 준다.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어둠을 헤아리는 생각. 주연배우가 아니라 조연배우를 살피는 생각. 승자가 아니라 패자를 보듬는 생각. 모자를 보아뱀으로 보는 생각.
다른 생각은 다양한 관점으로 사물을 보게 한다. 단면이 아닌 전체를 보는 훈련이 된다. 시야가 넓어지고 통찰력이 길러진다. 생각의 폭이 넓어진다. 깊이가 깊어진다.
좋은 생각은 내 생각이어야 한다. 생각이 옳든 그르든 주관이 뚜렷해야 좋은 생각이다. 생각의 근거가 명확하면 더 좋다. 근거를 지니면 내 생각과 다른 생각을 빗댈 수 있다. 근거에 기반한 생각이라면 근거가 잘못됐을 때 언제든 생각을 바꿀 수 있다. 올바르지만 흐릿한 생각보다 미숙하지만 또렷한 생각이 좋다.
남의 생각에 의지하면 내 생각이 쉽게 흔들린다. 산들바람에도 귀가 팔랑거린다. 이 말도 맞는 것 같고 저 말도 맞는 것 같다. 생각이 왔다 갔다 하니 글도 갈팡질팡한다. 불투명한 어휘, 애매모호한 표현을 덧칠해서 글을 갈무리하게 된다.
아무리 좋은 생각이어도 혼자만을 위하는 생각은 편협하다. 전등에서 빛이 새어 나가듯 생각은 모든 방향으로 퍼져야 한다. 한쪽을 향하는 빛은 한 곳밖에 비추지 못한다. 나와 남,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는 생각이 좋은 생각이다.
좋은 생각을 했으면 공유해야 한다. 생각을 퍼뜨려야 견고한 생각의 틀을 쌓을 수 있다. 물리학자는 논문으로, 작곡가는 음악으로, 기업가는 제품으로 생각을 표현한다. 하나의 생각을 표현한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다시 좋은 생각을 해서 세상을 놀라게 한다. 우리의 삶이 윤택해진다.
생각은 상대적이면서 보편적이어야 한다. 남과 다르면서도 남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생각을 해야 한다. 나만 이해하는 생각이라면 시대에 맞지 않거나 좋지 않은 생각이다. 좋은 생각을 하기란 참 어렵다. 그래서 좋은 글을 쓰기 어렵나 보다.
그래도 연습하자. 입꼬리가 올라가는 생각,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생각을 했다면 글을 쓰자. 글을 쓰면서 또 생각하자. 생각은 글을 부르고 글은 생각을 부르니까.
생각과 글은 누가 먼저였는지 알 수 없게 되고 함께 무르익을 것이다.
시작은 하나였지만 끝은 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