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를 사려거든 천원어치만 사라!

행운 게임의 법칙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0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또 게임을 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상당히 합리적인 결정에 도달할 수 있다. 로또 추첨식을 지켜보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고, 조마조마해서 배가 간질거리며 흥분되고, 자신이 선택한 공의 숫자가 나오기를 바라는 것을 즐긴다면 비록 당첨이 되지 않아도 로또 게임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나름의 의미가 있다.

자신의 미래 재정 전망을 개선하기 위해 로또를 구입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그러나 로또에 당첨되면 그 돈으로 무엇을 할까 생각하며 며칠 동안이라도 행복한 꿈에 빠져 드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될 수 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동시에 살아 있으며 죽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로또 용지를 손에 쥐고 있는 슈뢰딩거의 로또 백만장자인 것이다. 그리고 그 로또 용지의 가치는 우연에 의한 측정으로 비로소 정해진다.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여지는 없다.

하지만 행운 게임이 아주 위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손에 칵테일 잔을 들고 자신의 게임용 칩을 룰렛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잘 차려입은 멋쟁이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잃은 돈을 혹시라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마지막 남은 동전을 게임기에 집어넣는 절망에 사로잡힌 외로운 도박 중독자도 있다. 그러고는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에게 또다시 모든 돈을 잃었다고 설명해야 한다. 로또는 다행히 그렇게 쉽게 파멸에 이르게 하지는 않지만 로또의 경우에도 들어가는 비용을 가능한 한 최소화해야 한다.

정말 스릴을 즐기고 백만장자가 되는 상상을 즐긴다면 로또를 한 장 이상 구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영화관에 가는 사람이 영화표를 한 장 이상 구입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러 개의 숫자 조합을 표시하면 당첨될 확률은 높아지지만 그 확률은 여전히 극히 낮으며, 두 배의 비용을 들였다고 해서 스릴이 두 배로 증가하거나 머릿속의 기분 좋은 상상이 두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로또를 구입하는 비용을 들이지 않고 백만장자가 되면 어떨까 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할 수 있으면 물론 더 좋다. 그러면 이 게임의 본질적인 이익을 공짜로 얻게 되는 셈이다. 그리고 이렇게 절약되는 돈으로 어쩌면 더 아름답고 더 흥미진진하게 꿈을 꿀 수 있는 다른 활동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좋은 책을 구입하는 데 말이다. 

『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 플로리안 아이그너 지음, 서유리 옮김, 동양북스, 2018, pp. 225~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