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더위는 기상을 재촉한다. 간밤에도 얼마나 더웠는지 몇 번을 깼다. 이른 아침부터 내달리는 열기에 잠이 더 오지도 않아 챙모자를 주섬주섬 주워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손바닥만 한 생태계가 4계절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숨 쉬는 곳, 4개의 화분들에 마련된 텃밭은 내가 구상했지만 자연이 만들어낸 세계다. 물론 애초에 내가 계획했던 것처럼 사진에 나올만한 멋들어진 '가든'은 없다.
어제 뽑은 잡초는 어제의 것, 오늘의 잡초는 또 새로운 것이다. 잡초 중에는 번식력이 어마어마해 보는 족족 뽑아버리는 것이 있지만, 어디선가 날아온 씨앗이 틔워놓은 선물 같은 들꽃도 있다. 이런 이름 모를 꽃들은 굳이 뽑지 않는다. 내 눈길이 가고 손길이 가고 마음이 가면 내가 심은 것과 다를 바 없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 부랴부랴 솎아놓은 바질은 다시 바질숲이 되어 있었다. 쏟아부은 비에 줄기 밑부분부터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지만 그래도 꽃이 필 준비를 하는 바질을 몽땅 잘라버릴 수는 없다. 꽃이 피고, 맺힌 씨앗이 잘 익어 마르기를 기다리는 시간을 진득이 감내해야 내년에 뿌릴 바질씨앗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외에서 자란 바질 잎사귀는 실내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이파리마다 힘이 넘친다. 상쾌하면서도 약간은 고소하고 화한 냄새가 더위에 몰아쉬는 내 숨과 섞여 코 끝에서 떠나질 않았다.
옆 화분에 심어둔 셀러리는 별다른 손길을 주지 않아도 잘 자란다. 샐러드에 한 줄기, 토마토소스를 만들 때 한 줄기, 필요할 때 바로 따다 사용하고 싶어서 심게 되었는데 이렇게 씩씩할 줄이야...
뒷화분을 정글로 만들어 가고 있는 친구도 있다. 보석보다 예쁜 색깔을 자랑하는 방울토마토이다. 곁순을 따주고 지지대를 세워줘야 하는데 그냥 자라게 두었더니 천방지축이 따로 없다. 다른 식물 친구들에게 어찌나 기대고 치근덕대는지 다른 화분까지 제 집인 줄 안다. 너무 오냐오냐 키웠나 싶어 눈치 없이 자란 부분은 좀 정리를 해주었다.
한 삼십 분을 화분 4개와 씨름하다 보니 얼굴은 시뻘게지고 땀이 줄줄 났다. 그래도 한 바구니 가득 담긴 여름빛을 마주하니 마음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부엌으로 들어서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여름을 잔뜩 따왔어. 얼른 먹자."
바질페스토
1. 깨끗이 씻어 물기를 말린 바질 크게 세 주먹, 잣 대신 케슈넛 한 움큼, 소금 1티스푼, 파르메산 치즈 크게 한 숟가락, 올리브오일 휘휘 다섯 바퀴 돌려 푸드프로세서에 드르륵 갈아주거나 절구에 콩콩 빻아주면 완성!
2. 바질페스토 스파게티는 기본! 빵에 발라먹으면 바질의 향긋함과 케슈넛의 고소함에 빵맛이 고급스러워지는 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