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감자조림이다."
감자조림을 젓가락으로 집어 입 속에 넣었다. 적당히 짭짤하고 살짝 달콤한 감자조림이 아직 따끈했다. 이어서 밥 위에 사각모양의 감자조림을 하나 올려놓고 숟가락으로 으깨기 시작했다. 감자의 동글동글하고 하얀 분이 포슬하게 일어나자 한 숟가락 정도의 밥과 살살 비벼 크게 한 입 먹었다. 부드럽게 퍼지는 감자조림에 고3 스트레스를 단 몇 분이나마 잊을 수 있었다.
엄마의 음식만큼 내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은 없었다. 그중에서도 감자조림은 모나고 미성숙한 나의 십 대 시절을 위로하던 음식이었다. 비싼 재료에, 화려한 맛을 뽐내던 수많은 요리보다 감자조림이 생각난다니, 내 미적(味) 취향이 그다지 고급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또 달리 생각해 보면 이 얼마나 흥겨운 탄수화물 축제인가. 감자와 쌀밥의 조화에 내 뇌는 덩실덩실 춤을 추었을 것이다. 그 결과로 내가 행복하다 느꼈겠지.
내가 한 가정의 식탁을 책임지는 위치에 놓이게 되고 나서, 자연스레 엄마의 음식들을 따라 하게 되고 비슷하게 맛을 내고 있지만 단 한 가지 할 수 없는 것이 이 '감자조림'이다. 윤기가 좌르르 흐를라치면 심하게 달고, 짭짤하려 하면 색이 거무튀튀하고, 예쁜 정육면체의 모양은 애초에 으스러져 매쉬드 포테이토가 되고 말았다. 하얀 그릇에 내오던 엄마의 단정한 감자조림을 여전히 흉내 낼 수가 없다. 아무리 엄마에게 묻고 배워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감자를 볼 때마다 엄마의 감자조림이 더 생각난다.
열흘에 한 번 정도 직거래로 채소꾸러미를 구입하는데 제철 채소들이 택배상자 한가득 배달된다. 여름이니 가지, 애호박과 호박잎, 꽈리고추, 토마토 그리고 감자가 요즘의 단골 채소들이다. 그중에서도 껍질이 자주색인 홍감자가 눈길을 끌었다. 감자조림은 엄마집에 가서 실컷 먹어야겠다. 대신 나는 감자로 수프를 만들기로 했다.
자주색 껍질 속 노란 감자를 대파와 달달 볶다 보면 구수한 감자와 은은하게 퍼지는 대파의 냄새가 온통 부엌을 채웠다. 입맛 없는 아침에, 배앓이 후, 뾰족해진 몸과 마음을 달래고 싶을 때, 편안함을 주는 감자수프를 먹어볼까?
감자 300g
양파 반 개
마늘 두 알
대파 1대
올리브오일 2 테이블스푼
물 360ml
소금 1과 1/2 티스푼
1. 감자, 대파, 양파, 마늘을 잘게 썰어 오일에 볶는다. 감자는 다 익지 않아도 된다.
2. 양파가 투명하게 볶아지면 냄비에 물을 넣고 감자가 익을 때까지 끓인다.
3. 적당히 식혀서 핸드블랜더나 믹서로 갈아준다.
4. 입맛에 맞게 소금 간을 한다.
5. 그릇에 담고 기호에 따라 후추나 올리브오일을 조금 둘러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