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두는 어디든 초록빛이 뚝뚝 떨어진다. 봄과는 다른 짙은 청록을 뿜어내는 나무와 풀이 사뭇 늠름해보인다. 그리고 지난 봄과 절정을 달리는 여름을 담고 있는 제철음식이 만발하는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 한다. 요즘은 하우스 재배로 겨울에도 여름 채소나 과일을 먹을 수는 있지만, 제철의 맛에 비할 바는 아니다.
여름 제철 채소를 하나 선택하라고 하면 나는 풋호박 -둥근호박이라고도 하고 조선호박이라고도하는- 을 꼽겠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못 생긴 것을 비유할 때 호박을 들까?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냐고? 호박이 얼마나 예쁜지 제대로 보지 않은 사람들이 시작한 말일 것이다. 연둣빛의 둥근 조선호박이 얼마나 반질반질하니 귀여운지, 이 깜찍한 작은 호박이 뜨거운 여름을 견뎌내며 성숙하면 가을에 얼마나 멋스러운 주황색의 늙은 호박이 되는지를 틀림없이 모르는 사람이 지어낸 말일 거다.
호박은 버릴 데가 하나도 없는 채소이다. 이 계절의 동그란 풋호박을 큼직하게 썰어 새우젓으로 간을 하고, 약한 불에서 뚜껑을 덮고 끓이는 것도 아니고 찌는 것도 아닌 듯이 그렇다고 볶는 것도 아닌, 살짝만 익혀내면 밥에 슥슥 비벼 먹을 수 있는 반찬이 된다. 새우젓 덕분에 호박의 자연스러운 단맛이 배가 된다. 좀 칼칼하게 먹고 싶을 땐 고춧가루를 넣기도 한다.
억새지기 전의 어른 손바닥만 한 호박잎은 줄기를 꺾어 잎 뒤로 주욱 잡아당겨 손질한다. 그런 다음 찜기에 올려 쪄내면 보송보송하고 부드러운 호박잎을 먹을 수 있다. 양파, 호박, 으깬 두부를 볶다가 된장과 물을 아주 조금 넣고 자글자글 볶듯이 끓이면 시판 쌈장은 따라올 수도 없는 구수한 집쌈장이 만들어진다. 그러면 호박잎에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해 주고 여름철 입맛 살리는 호박잎쌈이 금세 완성된다.
먹는 자체만으로도 건강해질 것 같은, 초록의 에너지 그 자체인 여름 음식, 호박잎이 우리 집 식탁에 올랐다. 켜켜이 쌓아 갓쪄낸 호박잎을 널따란 그릇 위에 올려놓고 입맛대로 싸 먹어도 좋고, 음식으로 좀 멋을 내고 싶은 날에는 호박잎에 밥을 넣고 예쁘게 돌돌 말아 선물처럼 싸놓으면 우아한 한 끼 식사로 손색없다. 호박잎쌈밥은 거부할 수 없는 우리 집 여름철 별미이다. 막바지를 향해 가는 여름, 제철음식으로 우리 가족 모두가 건강해지길 바라며 오늘도 음식에 사랑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