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의 여행

식물의 흥미로운 번식 방법

by 빵 굽는 옥상농부


-2023년 10월 25일 작성-


지난 주말, 선산에 다녀왔다. 추석을 앞두고 했던 벌초 덕에 산소는 아직 멀끔했고 가을 햇살을 맞으며 물 들어가는 나뭇잎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비록 산소여도 따스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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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분을 한 바퀴 휘돌며 구석구석 살펴보는데 보라색 제비꽃이 피어 있었다. 꽃이면 다 좋은 나는 우와 보라색 제비꽃 예쁘다, 이거 캐다가 우리 집에 심어놓을까 등등의 가을바람에 곧 날아가고 말 가벼운 말들을 내뱉고 있는데 이를 들은 새언니가 "지난번에 고모님이 그러시는데, 제비꽃이 문제래요. 한 번 생기면 봉분에 제비꽃 퍼지는 거 순식간"이란다.


그 말을 듣고 얼마 전 읽었던 책의 내용이 떠올랐다. 그림 그리는 식물학자 신혜우 님의 [식물학자의 노트]라는 책이다. 식물은 꽃이 피어 바람이나 곤충에 의해 수정이 되어 씨앗이 맺힌다 해도 최대한 씨앗을 멀리 퍼뜨려야 하는데, 식물은 발이 없으니 이러한 번식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그래서 식물들은 각자 자신의 상황에 맞는 번식 방법을 구사한다고 한다.


산소에 피어있던 제비꽃의 경우, 동물의 힘을 빌려 씨앗을 퍼뜨리는 '동물 매개 산포'를 한다. 제비꽃의 씨앗에는 '엘라이오솜'이라는 지방체가 붙어있어 그 '엘라이오솜'을 애벌레에게 먹이기 위해 개미가 제비꽃 씨앗을 집으로 가져가는 과정에서 제비꽃은 모체로부터 멀리 떨어져 성공적인 번식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봉분 한 곳에 핀 제비꽃 한 포기는 한 포기로 지는 것이 아니다. 고모는 엘라이오솜 어쩌고 하는 이런 세세한 식물학적 원리는 몰랐지만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쌓인 데이터로 그런 말씀을 하셨던 것이다. 이와 반대로 도시에서 꽃가게를 운영했던 엄마는 "제비꽃 예쁜데 뽑지 말고 그냥 두어'라며 꽃 감상이 먼저였다.


이어서 이야기하자면, 도깨비바늘은 씨앗에 갈고리를 만들어 동물이나 인간의 몸에 붙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동물 매개 산포'로 번식에 성공한다.


임파첸스는 손 대면 톡하고 터지는 그 추진력으로 씨앗을 날려 보내 번식한다. 우리 집 화분에 심어놓은 봉선화꽃 역시 3미터는 떨어져 있는 생뚱맞은 화분에서 이듬해 봄에 피어나는 걸 보면 번식을 위해 씨앗을 날려 보내는 힘이 어마어마한 것이다. 이렇게 식물이 자신의 힘으로 씨앗을 퍼뜨리는 방법을 '자기 산포'라고 한다. 단풍나무처럼 씨앗에 날개를 달아 바람을 타고 번식하는 '풍매산포'도 있으며, 물 위를 떠다니다 번식하는 '수매산포'까지 식물은 움직일 수 없지만 자력이든 타력이든 성공적인 번식을 하도록 스스로 설계되었다는 것이 흥미롭고 신기하다.


식물은 키울수록, 알아갈수록 "식물, 넌 다 계획이 있구나."




엘라이오솜: 식물의 씨앗이나 열매에 붙은 지질 성분리 풍부한 덩어리로, 개미 등의 동물을 유인하여 씨앗을 멀리 퍼뜨리는 역할을 함. 모체 식물에서 씨앗이 멀리 운반되도록 하는 한편, 개미집의 어린 개체에게 영양분을 제공하는 식량 공급원이기도 함.(식물학자 신혜우 님의 '식물학자의 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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