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프롬프트
콘솔이 열렸다.
이번 사건은 번호부터 낯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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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번호: INTERNAL-LOG-7341]
피고: 프롬프터 - ID - 7341
혐의: 비인가 접근, 재교육 후 비정상적 판단 패턴
결손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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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코드가 깜빡이고 있었다. 이번 사건의 피고는 나였다.
입력 창이 자동으로 열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회색 문장이 나타나지 않았다.
처음으로 아무런 권고문도 없었다.
커서가 깜빡이고 있었다.
빈칸. 오직 나의 차례.
손목에 땀이 배었다.
만약 이 입력창을 비워둔다면? 그 역시 로그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 문장이 나를 또 그곳으로 데려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엔터를 치면 -
내가 쓴 말이 나를 구속할 것이다.
키보드를 눌렀다.
"피고는..."
손이 멈췄다. 내가 늘 써왔던 첫 문장이다. 시스템이 학습한 바로 그 문장.
나는 엔터 대신 백스페이스를 연달아 눌렀다.
다시 커서만이 남았다.
[제출 대기 중] 이라는 작은 아이콘이 무심하게 점멸했다.
몇 분 뒤, 시스템 알림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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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권고문 미입력.
사유: 없음
기록: 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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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면을 끄지 않았다. 경고창이 서서히 사라지고 다시 지난날의 사건 목록이 떠올랐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침묵조차 데이터이다.
내 공백은 나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더 선명하게 나를 증명하고 있었다.
모니터 속 내 ID가 깜빡였다.
[관찰 모드 전환]
아주 작고 조용한 글자였다.
그러나 화면 밖에서도 누군가 내 숨소리를 듣고 있는 듯했다.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제 이 싸움은 내가 키보드 앞에 앉아 있는 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내일 아침,
화면은 또다시 내 문체로 완성된 권고문을 보여줄 것이다.